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밤의 국경을 넘으면서...

희망으로 2020. 9. 5. 09:03

<밤의 국경을 넘으면서...>

 

하루는 하나의 세상이다

세상과 세상의 국경은 밤의 한가운데 있고

어느 날은 너무 높아 넘기 힘들고

어느 날은 너무 낮아 돌아눕다가 넘어버린다

오늘은 긴 가시철망이 밤을 가로 지른다.

밤은 슬픔도 가리워 서러움을 줄여 준다

똑바로 서라고 종일토록 쏟아붓는

훈계와 질책의 고된 시간도 내려놓고 

한 번만, 한 번만 몰래 더 울어보자 

밝을수록 더 서러운 낮이 지나고 

지척도 안보이고 숨기도 쉬운 이 밤에

 

눈물은 꽃을 피우지 못한다 

그저 땅을 적실 뿐 

우리는 흙에서 나온 또 다른 땅 

흙으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다. 

미움을 닮은 우리는 같은 흙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얼음과 얼음이 만나면 더 얼게 되는 법

무엇이 우리를 차갑게 차갑게 얼리는가... 

 

사법고시보다 어려운 

시험을 치르는 세상살이 

아무래도 뽑으려는 시험이 아니고 

떨어뜨리는 시험이 아닐까 의심이 간다 

달리는 기차같이 

무자비한 하루는 끄덕도 안하고 달리고

매달려 사는 사람쯤은 안중에도 없다 

손에 힘주고 꼭 붙잡아도 

자꾸 더 무거운 놈들이 어깨에 올라탄다 

하지마라 하지마라 말이 안통하는 정체불명

그 와중에 걱정마라 밧줄로 허리묶어 

낙오하지 않게 잡아주는 또 다른 정체불명

 

FM 라디오 노래는 수시로 변한다 

밤 11시에는 기분좋다고 방방 뛰더니 

밤12시에는 슬프다고 꺽꺽거린다. 

...듣는 내가 변한건가? 

그래도 시침떼고 흔들리지 않는 척 해야한다. 

한 발 물러나면 검은 바람처럼 내 목을 움켜쥐는 

인정사정 없는 놈들이 있다.

생존, 유지, 그리고 체면...

 

패러디만 남고 표절은 가라! 

누구는 그렇게 말했다는데 

나는 표절이라도 하고싶다. 

사랑도 행복도 희망도... 

더불어 천국도 영원한 평안도 

끄트머리 잉여물로라도 따라가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내 힘으로 홀로는 못가는 세상

모방이나 흉내로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

 

싸움은 성한 사람끼리 해야 공정하다. 

헤비급과 플라이급을 무대에 올려 

죽을 때까지 싸우라는건 분명 잘못하는거다. 

아픈 사람과 안 아픈 사람에게 

자녀문제, 생활비 조달문제로 다투게 하고 

도망 못가게 링으로 막아놓으면 누가 이길까? 

힘센 사람? 

아서라, 마음 약한 사람이 지는 법이다. 

그것도 아픈 아내를 눈치보며 돌보는 

이중고를 안고 싸우는 멀쩡한 남정네가...

 

밤의 하늘엔 별이 총총 

저기 보이는 별은 이미 죽었다고 했던가? 

100년이나 천년쯤 전에 사라진 별, 

너무 먼거리에 배달이 늦어져 보이는 유령

진작 죽어버린 성공과 행복에 대한 희망처럼

우리 고된 사람 사이에 보이는 사랑은 신기루 

이미 몇 년전이나 몇 십년전에 사라져버리고

다만 추억과 의무로 남아 버티는 그림자밟기 놀이

가난한 부부 사이는 몇 광년의 먼 거리일까? 

 

빛보다 빠른 생각의 속도, 

생각보다 더 빠르고 약아빠진 감정

사람이 밉다 

사람이 싫다 

그래서 내가 밉다 

아니다 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 날 미워하고 싫어하는 

그대들은 무엇? 

그대들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나는 무엇... 

밤에는 수학이 안된다. 

머리가 아프다. 

국어도 안된다. 

나는 공부 못하는 열등생...

 

사람들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한다 

좋은 일에도, 나쁜 일에도, 

다만 그 내용물이 바뀔 뿐인가? 

참고 참으면 상대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터지고 터지면 상대는 조심하고 

이건 사람세상의 법칙, 

하늘은 이렇게 하란다. 

참고 참으면 담을 수없을 만큼 복을 쏟아주고 

퍼붓고 퍼부으면 그만큼 나중에 덜어내버린다고, 

사람의 몸으로 땅에 두 발을 딛고 

머리만 하늘을 향해 올려보면서 

왔다리 갔다리 살면 계산을 어떻게 해주실라나? 

줬다 뺐었다 하실까?...

 

꽁꽁 언 새벽 눈길을 

뽀드득 밟으며 집집으로 주님오셨다고 

노래하며 돌던 시골 교회 성탄이브의 마음

온 몸이 얼어 예배당 바닥에 웅크리고 

난로주변에서 잠든 젊은 날 

그때 꿈은 참 따뜻하고 평화로웠다. 

산다는건 갈수록 보석같은 선함을 지불하며

얻는 것 없이 하나씩 잃어간다는 것일까? 

때묻고 바래지는 골동품 같은 신앙...

 

자는 시간을 조금씩 빼앗아 

불면으로 바꾸어 먹는건 

옛날 집에서 밥그릇 가져다 엿바꾸어 먹는 

혼 날 일 같은 것... 

잘 시간에 자고싶다 

일어날 시간에 일어나고, 

아무래도 낮동안의 무게가 넘쳐서 

밤까지 빌려 쓰야하는 오늘인가보다. 

대개 그런 날은 이득이 별로 없는 날이다.

 

살며시 손을 잡는다 

울다 잠든 아내 

손을 만지작 거리는데 

마음이 녹아진다 

미웠던건 마음이고 

집은건 손인데 이상하다 

지금은 하루가 국경을 넘어가는 시간

간밤에 불편했던 감정이 

자꾸 나쁜 꿈이되어 뒤척이게 했다 

하나님은 용서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단잠을 주지 않으시나보다 

 

미운 마음을 품고는 

영원한 이별을 할수가 없는 걸까?

몸은 보내도 마음은 가슴에 남아 

오래도 헤집을지도 몰라

사랑해야만 잠도 들고 

이별도 편히 할 수있다 

담에 저 천국에서 또 만나자고 

놓아줄수 있다.

오늘밤도 또 뒤척이며 날 새운다 

한두번도 아닌 여러번 되풀이하는 

답을 못적는 숙제로 끙끙거리는 미련한 반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