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견디는 힘>
‘너와 내가 영혼으로 만날 수 없다면
우리 이별을 어떻게 견디랴'
'너와 내가 ...'
'너와 내가...'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
잠 뒤척이며 듣던 찬양곡이 내 맘을 잡아버렸다.
20년쯤 전에 많이 듣던 턴테이블의 LP레코드는 종종 바늘이 넘어갔고
같은 소절이 반복해서 들렸는데 그때처럼 되돌이로 파고든다.
마치 돌에 징으로 글자를 새기는 석공처럼...
며칠전 아이와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딸을 시집보내며 눈물짖는 딸바보 아빠들이 떠올라 떼를 썼다.
"야! 넌 시집 늦게 보낼꺼야! 60살까지 내가 붙들고 있을거야!"
“그럼 나 시집 못가는거야?”
“아니, 너 61살 때 가! 그 뒤로는 나도 체력이 딸려 말리기 힘들테니!”
이별, 그래도 딸이 시집가는 그건 행복한 이별이다.
아내는 친정아버지 걱정에 죽어도 안죽겠다!고 다짐을 한다.
어디 그게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어릴 때 바로 위의 위 오빠가 세상을 떠나서 아버지께 상처를 남겼고
십여년 전에는 큰 오빠마저 목사취임식 전날밤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또 자식을 앞세운 상처로 장인어른은 아주 오래 우셨다.
이제 막내인 자기마저 그럴수는 없다는 미안함때문에
죽어도 안죽고 버티겠단다.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이별은 그런것이 아프다.
자식을 앞서 하늘로 보낸 부모의 마음이 그렇듯.
이 땅의 많은 이들이 그런 아픈 이별을 한두개씩 기억하며 산다.
그보다는 작은 아픔일지라도 괴로운 아픔의 이별도 있다.
자식을 군대로 들여보내고 돌아오는 어미의 마음
심한 병으로 오랫동안 병원에 지내는 친구의 빈 책상을 보면서,
혹은 멀리 떠난 가족의 빈 방을 보면서 느끼는 부재의 몸 이별이 그렇다.
또 다른 이별도 있다.
죽고 못지낼 것 같다가 무슨 일로 심하게 싸우고 등 돌리고 살며
서로 먼저 손내밀지도 못하고 편치도 못하며 지내는 갈등의 마음 이별,
많은 관심을 받으며 지내다 무슨 불행을 만나 추락했는데 모두 돌아서고
무심해진 사람들 사이를 투명인간처럼 버티며 사는 고독한 관계의 이별.
우린 모두 이별을 두려워하며 산다.
감당을 못해 끙끙 앓으며 지내는 사람도 있고,슬픔을 견디지 못해
결국은 불행하게도 연달아 따라가는 두번째 이별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신자인 우리는 이별을 두려워하고 마음 아파하는걸까?
늘 이 세상을 마치고 영원히 이별없는 나라로 가기를 바란다면서?
아내가 희귀난치병을 선고받고 통증에 시달릴 때 그러기를 기도도 했었다.
두렵고 슬프면서도 주님께서 언젠가 이 버거운 짐을 받아주시고
우리를 저 천국으로 데려가주실거라 바라며 그날을 기다리며 살았다.
그런데... 막상 생명이 위급해 아내가 응급실 중환자실을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아직은 안됩니다! 하면서...’ 어떻게든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이중적인 모순일까? 행여 아내가 나를 두고 혼자 세상떠날까봐
열심히 먹이고 보살피고 온갖 치료, 간병을 밤낮없이 하게되었다.
어쩌면 비어버릴 그 자리를 쓸쓸히 확인하며 살기가 싫은 내 욕심 때문일까?
아이가 아직 어려서 엄마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었을까?
그러면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된 지금은 명분도 없으니 바로 가도 되나?
어쩌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싫은건 이별의 빈자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내나 내가 천국가는 것은 손꼽아 기다리며 바라면서도,
헤어지고 생기는 빈자리의 고통, 쓸쓸함이 싫어 그런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가족, 든든하고 자랑스런 친구들과 이별은 분명 슬프다.
천국이 없다면? 다음 세상에서 영혼의 만남이 없다면?
가슴이 철렁한다. 그렇다면 이 땅의 모든 노력과 아픔은 정말 비극일 뿐이다.
이별로 인한 그 아픔과 공백을 어떻게 견뎌야할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쩔수없이 당한 이별에도 차례로 천국행 버스가 내 앞에 올때까지
어거지부리지 않고, 원망과 좌절만이 아닌 희망으로 기다릴 수 있는건
우리가 영혼으로 만나는 어떤 나라가 있다는 그 약속을 믿기 때문이다.
안그러면 어떻게 이 땅에서 두가지 감정의 괴로움을 버티고 하루하루를 살까?
그날까지 우리 곁에 함께 계셔준다는 분의 약속을 믿어야겠다.
나는 남자니 예수님이 ‘오빠 믿지?’ 가 아니고 ‘형을 믿지?’ 하실라나?
그 속삭임을 듣고싶어 꿈속으로 들어 간다. 그럴 수 있을까?
오늘밤 예수님을 만나고 목소리를 듣고 싶다...
+++
우리 이 땅에 태어나
1.
우리 이 땅에 몸으로 태어나
무슨 일 하다가 무엇을 남기랴
우리의 인생을 누가 대신 살아주나
너와 내가 남남으로 주 앞에 설 때에
우리 무엇으로 주님께 드리랴
2.
혹은 긴 인생 어떤 인 짧은 인생
그러나 누구도 영원히 살수 없네
천국이 없다면 인생이란 허무한 것
너와 내가 영혼으로 만날 수 없다면
우리 이별을 어떻게 견디랴
3.
주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 얻어
언젠가 또 다시 만날 수 있기에
우리 헤어져도 슬프지 않을 수 있어
너와 내가 영혼으로 또 다시 만나세
주님 그때까지 함께 계시리라
우리 위해 함께 계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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