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
간밤엔 우리 병실의 보호자 한 사람이 잠을 설치게 했다.
밤 12시가 다 되어 모두들 불끄고 잠이 든 병실로 들어왔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거친 숨을 쉬며 속이 부대끼는지 요란하다
'씨X, 개xx, 야~~...'
아직 잠들지 못한 내게 그것은 고문과 같았다.
간호사실로 달려가서 어떻게 해달라고 항의를 할까?
만약 말을 안들으면 경찰서로 전화를 해서 좀 끌고가달라고 할까?
그렇게 근 한시간을 속으로 씨름하고 가라앉히고 반복하다가
다행히 잠이 들어가는 것 같아 그냥 참기로 했다.
그 남정네는 아내가 뇌경색으로 한쪽을 못쓰게된 환자의 보호자다.
그렇지만 아주 심한 경우는 아니어서 겨울마다 입원했다 간다.
4개월정도 지내고 보험회사에서 입원비를 타고...
우리 입장에서는 그 정도면 춤추고 감사하며 살겠다 싶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 불편이 무겁고 한탄스러운 법이니
그네들도 그런 심정인가 보다.
지난번에는 새벽 3시에 들어와서 노래를 부르고해서 괴롭히더니
그에 비하면 어제는 약과였다.
장기 환자 간병인들은 안면들이 있어 다들 참아주는것 같다.
나와 아내는 정말 그런식으로 염치없고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걸
싫어하기도 하고 안하는 편이라 속을 많이 태운다.
우리 아이들이 그랬으면 경찰서로 보내 처벌해달라고 했을지 모른다.
안좋은 일은 연달아 생긴다던가?
토요일은 달랑 두 번, 총 45분 운동인데 그것도 꼬였다.
10시 15분부터 30분이라고 어제 적어준 운동치료시간이
잘못되었다고 이미 늦은 아침에 와서 알려준다.
9시40분 부터인데 9시 45분에 와서...
오전이면 맥을 못추는 아내는 밥도 간신히 몇술 먹고 약먹고
잠시 잠이 들었다가 별안간 움직여야 했다.
소변을 빼는 넬라톤을 하고 가니 벌써 10분이 더 지나버렸다.
30분짜리 운동치료에 10분이상이 지나가버렸다.
치료선생님은 미안하다고 세번 네번 머리조아리며 미안하다고 하고...
나는 아내를 달래느라 가볍게 말했다.(속이야 안가볍다)
'어이구, 이거야 원 도를 닦아야겠다.
그냥이야 참아내겠나 어디, 잠도 못자, 일은 꼬여...
도를 닦아야지, 무슨 도를 닦을까?
(아! 딱 맞는 도가 있다. '냅 도!'
건드리면 터질지도 모르니까
우리를 가만 두라고 '냅 도!'... ㅠㅠ)
말을 하고보니 진짜 아무도 더 우릴 안건드렸으면 좋겠다.
신경도 예민해지고 감기 증상으로 목이 부은 아내는 컨디션이 시들해졌다.
결국 토요일마다 하던 목욕을 못 시키게 되었다.
점심을 먹자 잠으로 떨어진 아내는 다섯시까지도 일어나지를 못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겠어...' 한마디만 하고...
기독교인도 속을 많이 태우며 참고 살면 몸속에 ‘사리’가 생길까?
문득 궁금해진다. 사리대신 암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냅 도!’ 대신 감사를 배우는 하늘의 도를 더 연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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