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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

희망으로 2020. 6. 19. 15:11

<글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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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늦잠을 잤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가서 신발장을 열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보라색 운동화를 꺼내 신고 집을 나섰다. 풍속 1.7마일의 바람이 기분좋게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고 습도 63%의 공기는 그리 상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았다.

아직 공원 길 들어서기 전 두 남자가 얼굴이 거의 닿을 듯 목소리 높여 싸우고 있다. 금방 멱살을 잡을 분위기다. 궁금했다. 싸움구경은 자다가도 일어나 본다는데... 무슨 내용일까? 더 심해질까? 그녀는 표나지 않게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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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을 시작을 해나갈 때 즐겁다.

뭔가 그럴듯한 분위기와 앞으로 점점 펼쳐질 스토리가 두근거리기도 하고.

그러나... 글쓰기의 즐거움은 딱 여기 까지다.

이제부터 글쓰기의 괴로움이 턱을 받치고 높은 문지방처럼 버티고 있다.

도대체 이 두 남자의 싸움을 어떻게 진행시켜야하지?

코피 터지게 멱살잡고 막장으로 가? 그건 너무 일상적이다.

아님, 초반부터 멋드러진 반전으로 예상을 깨?

하지만 이 싸움은 들러리인데 시선을 너무 끌면 주객이 전도 되잖아?

 

소설을 쓰는 사람들만의 고민은 아니다.

실재 일상 글을 쓰는 사람도 이 상황을 대하면 열에 아홉은 대부분 쓸 게 없다.

흔하게 일어나는 싸움이란 대부분 싱겁거나 막장이기 때문이다.

별일도 아닌걸로 니가 기분 나쁘게 했느니 내가 잘했느니 뭐 그런거.

그러니 써보아야 별 내용도 없고 읽을만한 재미도 없다.

진짜 가슴 뭉클한 이야기나 반전은 열에 하나 정도 있을까 하다.

“니가 그동안 잘해줬으니 고맙다고 주는 거잖아! 왜 안받냐고!”

“내가 뭘 잘해줬다고! 그만한 일에 새 차를 사준다는게 말이 돼? 못 받아!”

뭐 이런 상황? 있을리 없지.

그러니 뻔한 내용을 뻔하게 쓸 수도 없고 뭔 글 소재가 있겠나.

 

그런데도 정말 용하다. 숱한 소설과 수필과 감동을 담은 책들이 쏟아지니.

물론 우리나라 책 출간 판매가 정말 열악하다.

한 해 4만권이 넘는 신간이 쏟아지는데 그 중 만권을 넘겨 팔리는건 고작 1000권 안팎?

전체의 불과 2-3프로에 불과하고 70~80%는 초판도 채 못 팔고 끝난다고 한다.

(2018년은 5만6천권 발간에 신간 평균 발행부수가 1600권 정도다. 

초판 2000권을 찍으면 모든 책의 400권씩은 재고가 된다는 셈이다)

만권 이상 팔린 책, 그 1000개 중에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몇 권씩 겹치는 걸 빼면 

신규 작가는 몇명이나 될까?

그런데 이 어려운 글쓰기로 만들어지는 책을 직업으로, 사업으로 하는 출판사.

그 또한 얼마나 어려울까?

내 책,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를 출간해주신 위즈덤하우스의 편집팀장님이

10여년을 넘게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출판사를 시작하셨다.

파주에 있는 출판단지 안에 ‘멀리 깊이’라는 이름으로.

정말 실력도있고 마음중심도 잘 자리잡은 좋은 분이다.

남편이 신학대학원을 가서 신학자가 되기를 꿈꾸기도 했을 정도였고

내가 부천에 있는 교회에서 간증예배를 드릴 때 가족과같이 와주시기도했다.

 

글쓰기는 즐거움도 있고 괴로움도 있다.

그렇게 쓰여진 책을 만들고 파는 출판사도 예외가 아니다.

책 만드는 즐거움과 괴로움이 눈에 선하게 보여 응원과 축하를 함께 보냈다.

읽는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가장 훌륭한 양서라고 누가 그랬다.

그중의 첫번째가 성경이라고 했고.

글쓰는 일은 가장 먼저 쓰는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다.

즐거움도있지만 괴로움은 더 많고 더 자주있고 지키려고 하면 더 그렇다.

어떤 때는 글 쓴 사람에게 되돌아오는 가혹한 기준이 되어

채찍이나 심지어 단두대가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몸에는 좋으나 입에 쓴 약처럼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즐거움은 없어도 사람이 망가지지 않지만 괴로움은 없으면 망할 수 있다.

자신을 바로 세우고 양심과 신앙을 건강하게 하는 글쓰기

사회와 세상을 바로 세우고 아름답게 하는 책만들기와 팔기

이 두가지가 다 잘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좋은 행복을 위해 슬그머니 두 손을 모아본다.

뭐 기도는 아무 자세나 아무 때나 해도 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