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잔인한 봄,그래도 '생각대로' 살 수 있기를...

희망으로 2020. 6. 14. 10:56

 

 

 

‘잔인한 봄,그래도 '생각대로' 살 수 있기를...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야겠다]

남진우 시인이 말했습니다.

이 시는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무덤 끝 부분

‘바람이 분다. 어떻게든 살아야한다.’를 인용한 것 같습니다.

바람이 불던 바람이 불지 않던 살아야 하는 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운명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유행가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자고 나도 사막의 길 꿈속에서도 사막의 길

사막은 영원의 길 고달픈 나그네 길 ]

가끔은 제 처지가 사막의 나그네 같다는 심정입니다.

자고 나도 병원, 꿈속에서도 깜짝 놀라는 병원 배경,

병원생활은 기약이 없고 고달픈 현실의 길입니다.

그래도 살아남는 한가지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입니다.

 

폴 발레리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용기를 내어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리라]

생각은 늘 사는 것보다는 몇 발자국 앞서 나갑니다.

더 착하거나 더 열정적이거나 혹은 더 유능하고 싶어하면서.

가끔은 눈물이 찔끔 나도록 하늘나라를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사는 건 늘 생각보다 좀 모양없고 늦습니다.

덜 부지런하거나 덜 똑똑하거나 혹은 덜 정직한 채로

자주 죄로 물들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실망하여 수시로 분노를 뿌리는 유치함도 보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사는 대로 변명하고 갖가지 임시변통으로 괴로움을 달래고

그러다간 생각이 추락해서 바닥에 굴러다닐지도 모릅니다.

사는 형편보다 나아야할 생각이 벌레보다 더 추하게 되어

모두들 빙빙 피해서 가는 혐오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사는 대로 변명하는 생각을 담고 사는 저를 경멸할지도 모릅니다.

 

독일의 잔인한 학살자 히틀러는 독일 모든 교회를 손에 쥐고

하늘을 향한 신앙보다 국가에 순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많은 신학자들도 목회자들도 그 ‘사는 대로’를 변명했습니다.

하지만 본회퍼 목사님은 ‘생각대로’를 따라 고백교회를 섬기다

끝내 1943년 4월에 체포되어 갇히고, 1945년 4월에 처형되었습니다.

바울과 예수의 모든 제자들도 사는 대로 흘러가는

로마 식민지 아래 유대교 제사장들의 협박과 위험을 무릅쓰고

‘생각대로’ 살다가 하나님에게 매달려 순교를 감당했습니다.

정말 폴 발레리의 말처럼 그것은 ‘용기를 내어!’야 했습니다.

가장 큰 본은 이 봄에 고난을 겪고 죽으시고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의 부활이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신앙인들이 어디를 보고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보여 주셨습니다.

 

그 모든 일에 바람이 불기도 했고, 때론 바람이 불지 않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대로’ 산다고 해도 즉시로 해피엔딩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주위 상황은 여전히 위험과 협박이 난무하고

‘사는 대로’ 생각하기를 요구하는 권력들이 판을 치기도 합니다. 

때로는 돈으로, 때로는 권력이나 명예의 탈을 쓰고,

또는 허울 좋은 공익의 이름으로 끝없이 유혹하고 협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두 ‘생각대로’ 그 길을 갔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병원생활에 지치면서

나도 모르게 온갖 ‘사는 대로’ 에 미끄러진 내 생각을 들여봅니다.

이렇게 모래 한 움큼처럼 사르르 빠져나가고 있는 남은 날들에

무슨 희망을 날마다 나와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설득하나 막막하고,

하루에도 열번 조석으로 변덕부리는 내 믿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한 번의 회개나 뜨거운 경험으로도 우리는 신앙의 맛을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되풀이 되는 절망과 생활도 봅니다.

습관적인 믿음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땅에서 하늘로 눈 돌리고

안죽고 더 살려는 집착조차 비워야 ‘생각대로’ 사는 게 가능하답니다.

그러지 않고는 계속 ‘사는 대로’ 를 변명하는 신앙고백을 만든다 했습니다.

 

일평생 잔인하지 않은 계절이 어디 있습니까,

피맺힌 겟세마네 기도를 마치고 내려와도 ‘사는 대로’ 인 사람들은

여전했지만 결연하게 예루살렘으로 가신 주님을 기억합니다.

오늘 내일 무슨 달콤한 희망이 제게로 오겠습니까?

그럼에도 많은 신앙인들이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향해 가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사람처럼 살 수 있다면

이 막막하고 마른 무덤 같은 세상이

살만한 약속의 땅으로 바뀔 수 있지도 않을까요

믿음의 선배들이 보여 주신 것처럼,

주님이 가신 봄에 생각대로 살고 싶습니다.

욕심도 버리고 생명의 집착도 비우고 용기를 내어...

 

‘바람이 불거나

바람이 불지 않아도

살고 싶습니다.’

ip : 110.70.14.85

 댓글 15개

 길가에 (2020.05.22 오전 7:26:41)  PC

답변

살아냅시다

   희망으로 (2020.05.22 오전 7:57:27)  PC

답변 수정 삭제

살아야지요!
그래서 날마다 제로를 시킵니다.
갈말 최간사님처럼 재정의 제로는 아니지만
새벽마다 마음의 온갖 찌꺼기 잡념을 제로로 돌립니다.
그러지 않고는 도저히 쌓여가는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요즘은 사람이 자꾸만 미워져서 애를 먹습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고 누구를 지정해서도 아닌 그저 미움이,
이런 황당한 감정이 왜 생길까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사람이 문제가 아니고 세상이 미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세상이 미운 더 바닥에는 내가 사는 처지에 대한 미움이 뿌리를 내리고 있고,
결국 죄없는 사람들이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어제는 병원 옥상에서 해지는 서쪽 하늘을 한참을 바라보다 울뻔 했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 한기가 느껴지는데 슬픔처럼 외로움처럼 추웠습니다.
먹구름이 하늘을 덮어도 다음날 아침이면 파란 얼굴을 내밀고
햇빛까지 화사해지면 언제 그랬냐며 지구는 계속 살아가는데
저도 살아야지요! 그 속에 몸 담은 지체, 원소의 한 알갱이로...
바람이 안부는 날이 더 함들고 적막해지는 거루느끼면서
이제 풍파에 적응되어 고요히 살기 글렀나보다 쓴 웃음도 짓습니다!

 희망으로 (2020.05.22 오전 8:21:12)  PC

답변 수정 삭제

어제밤 7시경 저녁을 먹고 다들 쉬면서 티비를 보는 중
‘쿵!’ 소리가 나서 모두들 시선이 모였는데...
바로 우리 앞 건너 편 침상에서 사람이 거꾸로 바닥에 곤두박질 쳤습니다.
뇌경색 후유증으로 인지가 떨어진 아주머니 환자가
침대 난간 빈틈으로 기어 나와 떨어졌습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머리가 찢어져 큰 밥그릇 하나 정도의 물을 쏟은 것처럼 피가 바닥에 뚝뚝 퍼지고
간호사와 의사가 달려오고 결국 충북대학병원으로 119로 갔습니다.
밤 12시가 다되어 돌아온 간병인 아주머니는 다행히 머리 사진에 이상이 없어
꿰매고 붕대를 두르고 다시 귀원했습니다.
연락받고 충북대로 뛰어온 신랑은 얼마나 놀랐을지.
아침에는 밥을 먹는 중에 싸한 냄새가 병실에 자욱히 퍼집니다.
누군가 대소변이 많아져 기저귀를 넘쳤나봅니다.
허다한 일들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빠르게 잊고 털어내고 또 사는 현장입니다.
바깥에서라면 하나도 큰 사건일 일들이 허구헌날 벌어지니 사소해집니다.
누가 죽어나가도 한 두시간이면 이야기거리로 한바퀴 돌고 밀려서 잊혀집니다.
이렇게 사는 곳이 어디 한두곳이겠습니까?
그래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대단하고 의지가 됩니다.
하루는 또 시작하고 그렇게 버티는 사이로 가족들이 성장하고 꿈을 따라가며
세상은 끝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가니까요.
생명은 정말 질기고 긍정적이고 눈물나게 아름답습니다.
이만한 일에 절망하고 새상이 절단나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에서...

 닛시 (2020.05.22 오전 8:32:24)  android

답변

오늘도 승전보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을 다른데로 돌리는 장난이 없을까요?
하다못해 손뜨게질이라도...
한땀 한땀하다보면 생각의 고뇌에서 잠시라도 해방되지 않을까요?

   희망으로 (2020.05.22 오전 8:46:20)  PC

답변 수정 삭제

몇가지를 잊어먹기용으로 사용합니다.
일어나 옥상걷기! 설거지 하러가기!
50편 100편짜리 긴 드라마 보기!
간식거리 쉴새없이 먹기!
노래를 반복 백번정도 듣기 등...
뜨개질은 눈이 자꾸 아프고 안좋아져서 못합니다.
이제 책도 원하는대로 못 읽어 쓰라린 심정입니다 ㅠ
그래도 할 뭔가가 더 있겠지요? 개발해봐야지요~
장로님의 권유와 응원을 힘입어서! ^^

 산소와 생수 (2020.05.22 오전 10:40:27)  PC

답변

유구무언 이네요.
눈감고, 귀막고 살아내기,
주인이 결론을 내실때까지 버티기는게 의무!라서
의무 정말 하기 싫고 미운 때가 더 많으니....

계셔서 주님을 반사하시니 감사합니다.

   희망으로 (2020.05.22 오후 3:43:49)  PC

답변 수정 삭제

의무라는게... 원래 그렇지요?
싫고 힘들고 안할수 있으면 안하고 싶은 것
그런데도 해야 하는 게 의무...
다행은 의무를 지키는 사람에게는 권리가 주어진다는 것! ^^

 물맷돌 (2020.05.22 오전 11:36:57)  PC

답변

깊이 있는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시고 계심을 봅니다...

   희망으로 (2020.05.22 오후 3:45:31)  PC

답변 수정 삭제

많은 것이 꼭 좋은 것이 아님을 생각에서도 봅니다.
재산이나 자식만 그런게 아니라~ ㅎ

 예쁜아줌마 (2020.05.22 오후 1:18:56)  PC

답변

날마다 살아내시고 깊은 글을 나눠주시니 감사합니다.
집사님...

   희망으로 (2020.05.22 오후 3:46:41)  PC

답변 수정 삭제

날마다 살아내시며 깊이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아줌마님! ㅎㅎ (이름은 잘지어야 한다는 사실을~)

 sea of glass (2020.05.23 오전 6:41:31)  android

답변

자고 나도 사막의 길 꿈속에서도 사막의 길..
이런 무시무시한(?) 노래가 있군요.
저는 얼마전 또 제대가 미루어지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이지만 30년 가까이 지독하게 반복되는, 징글징글한
꿈입니다.
저도 살아내겠습니다. 

   희망으로 (2020.05.23 오전 6:54:47)  PC

답변 수정 삭제

정말 징글맞겠네요ㅠ
30년 넘게 계속되는 장기 시리즈, 군대꿈이라니...
문득 그 꿈속 군대생활이 진짜고 여기 삶이 꿈 아닐까?
거기서 여기 꿈을 꾸는... 장자가 말한 꿈 세상이 떠오릅니다.
내가 씨옵글님에게 꿈속의 꿈 출연자가 아니고 진짜 생명이면 좋겠는데~^^

 하늘소망 (2020.05.23 오전 9:04:45)  PC

답변

감사감사합니다
생각에 주님의 말씀을 담아
살아낼게요^^

   희망으로 (2020.05.23 오전 9:33:34)  PC

답변 수정 삭제

그래서
생각대로 사는 날이 이어지기를 빕니다!
그 자유롭고 평안한 복이 상으로 따라오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