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쓸데없는 51%와 49%의 고민

희망으로 2020. 6. 14. 10:53

<쓸데없는 51%와 49%의 고민>

 

일주일이 넘도록 통증에 시달리던 아내가 지친 숨을 내쉬며 하는 말,

“...사는 게 너무 힘들다”

긴 시간 누르다 누르다 속에서 끌어내는 말은 말이 아니다. 신음이다.

이럴 때 건성으로 아무렇게나 위로라고 하다가는 필경 더 속상해진다.

달리 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나는 질문으로 그 무게를 덜어내고 싶었다.

“그런데... 궁금해, 사는 게 더 힘들까? 죽는 게 더 힘들까?”?

“글쎄? 둘 다 쉽지 않은 것 같은데?”?

한참을 생각하던 아내는 하나를 고르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아내에게 권했다.

“그렇다면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쉬운 게 아닌데 뭐 하러 고민해?

죽는 거 쉽지도 않다면서 뭐 하러 죽으려고 애를 써...”

“그런가?”?

“뭐 그렇다고 살고 싶다고 발 동동 구를 필요도 없지?

냅둬도 쉽게 죽지도 않는다는데 굳이 그럴 것도 없잖아!”

 

누가 그랬다.

이거냐 저거냐 고민이 될 때는 아무거나 해도 상관없다고!

한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면 고민도 안하고 이미 선택했을테니.

고민 한다는건 51%와 49%, 단 2%도 넘지 않는 차이뿐일때다.

그러니 그렇게 별 다르지 않은 장단점을 가진 두가지 중에?

어느것을 선택하든지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었다.

사느냐 죽느냐 고민하는 것도 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무슨 상황에도 사는 쪽에 마음이 간다면 살려고 노력할거다.

고민도 우는 소리도 안하고 개똥밭도 좋아라 하면서 살거다.

살 이유가 하나도 없고 죽는 것만 좋다면 벌써 떠나고 없을거다.

둘을 놓고 팽팽한 저울처럼 날마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괴롭다면

내일 아침부터는 눈뜨자마자 고민 관두고 그냥 살면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밤에 죽음이 오면 그냥 죽음속으로 떠나면 된다.

어차피 둘 중 하나에 목매고 달려갈 확실한 선택없는 태도라면...

 

다만 2%정도의 이내에서 변덕부리는 심정은 뭐 눈감아주라.

날마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울었다 웃었다 하더라도.

또 어느 날은 희망에 겨워 의욕이 넘치고,?

다른 날은 잔뜩 흐린 무거운 좌절감으로 안달을 하더라도!

그럴 수 있지. 비슷한 양쪽 세계에서 51%와 49%의 마음으로 살다보면.

바람이 불거나 종이 한장의 무게가 더해지는 쪽으로 기울기도 하고

아니면 눈 먼 행운이나 재수 없는 우연때문에 왔다갔다 할 수도 있고!

내가 꼴랑 그러고 살면서도 그런 내 자신을 못견뎌 수시로 자책했다.

언젠가 아내는 그런 나를 보고 왜 그러고 사냐고 말렸다.

어차피 사는 건 51%와 49%의 싸움인데 피곤하게 그러냐고.

산다는 건 그 두 마음이 두 저울에 올라 이리저리 기울어가며 사는 거라고.

그런데... 그 말을 했던 아내가 이제 아프면서 그 지혜를 잊어버렸다.

사람이 형편이 너무 열악해지거나 몸이 망가지면 알던 생각도 못한다.

‘그건 남의 이야기 할 때고...’ 가 된다.

누가 자유로울까? 옳은 이야기, 화려한 설교를 늘어놓고 사는 사람도

막상 내 발에 불도 떨어지고 주머니 돈도 떨어지고 사방이 캄캄해지면

그동안 말이 말짱 헛소리에 가까운 죽은 말이 되어버리는 경우에서.

그저 연약하고 불쌍한 피조물의 한계라고 긍휼이 여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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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4개

 뷰티 (2020.05.19 오전 9:23:18)  PC

답변

어제는 잔뜩 흐려 있더니 오늘은 햇살이 좀 보이네요.
선택은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따져보면 몇프로가 안된다고 할찌라도 ㅎㅎㅎㅎ

   희망으로 (2020.05.19 오전 9:45:48)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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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청주는 어제도 종일 비
오늘도 아침부터 계속 비가 내려요.
전에 살던 충주 시골집에서는 비오는 날 문을 열어놓으면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대문 사이로 논밭이 멀리까지 보였지요.
마냥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로움이 있었는데....그때가 그립네요.ㅠ
금방 막내딸아이가 나무 대문으로 뛰어들어올 것 같은 추억에 잠기네요.
선택은 좀 고민이 있어야 재미있지요? 뭔가 해낸것 같은~ ㅎㅎ

   뷰티 (2020.05.19 오전 9:59:04)  PC

답변

그 충주 시골집 모습이 상상이 되어지니 한편의 수필을 보고 있는듯 ㅎㅎㅎ
오늘도 맛난 커피 한잔 드세요~~

   희망으로 (2020.05.19 오후 10:16:29)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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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쌓은 담장이 집을 둘러 있고
너무 많은 감이 달려 가을마다 가지가 뚝 뚝 부러져 땅에 닿는
그런 시골 흙집이었습니다.
문간방은 큰 가마솥이 걸려서 사랑방으로 쓰였는데 찜질하고 고추말리고~
아내의 빚진 병원비 때문에 눈물참고 팔아넘겼던 집...ㅠ

 닛시 (2020.05.19 오전 11:00:47)  PC

답변

오늘을 주신게 감사하지요.
그게 없었다면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언제나 깊은 생각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으로 (2020.05.19 오후 10:13:24)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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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어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게 읽어주시는 장로님 마음이 선하십니다!
지금 자비를 베풀고 계시는 겁니다~^^

 김희선 (2020.05.19 오후 12:50:55)  PC

답변

예전엔 사모님께서
오늘은 희망으로 님께서 ~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또 무너진 마음 서로 위로하며 세워주고

두분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존경심이 절로 생깁니다

늘 살아내시는 희망으로님의 하루가
누구의 천일같아 감탄하고
비교도 안되는 삶의 짐을 늘 실패하여
누구는 또 탄식하며
그분만을 붙잡고 웁니다

   희망으로 (2020.05.19 오후 10:19:10)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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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받아보는 감정경험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먹어본 사람이 더 잘아는 것은 고기만이 아니고 사랑도 그런듯!
뭐 크게 보면 우리는 모두 예수님의 죽음까지 감당하며 준 사랑을 받아보았지요.
그 덕분에 조금 사랑하는 사람 흉내라도 내며 사는 것 같습니다!
고맙지요! 그런 사랑 받아볼 자격도 없는데 끼워주셔서...

 venus (2020.05.19 오후 2:06:30)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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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자유로울까? 옳은 이야기, 화려한 설교를 늘어놓고 사는 사람도

막상 내 발에 불도 떨어지고 주머니 돈도 떨어지고 사방이 캄캄해지면

그동안 말이 말짱 헛소리에 가까운 죽은 말이 되어버리는 경우에서.

............

여러 생각들을 했습니다.
오늘도 살아갑니다.
다들
이렇게....

   희망으로 (2020.05.19 오후 10:20:41)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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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생각들을 하셨으니
부자가 되시기를 빕니다!
마음의 곳간이 가득 채워진 묵상의 부자로~

 오필록 목사 (2020.05.20 오후 4:34:14)  PC

답변

제목보고, 51%가 쓸데 없는 줄 알았습니다.

   희망으로 (2020.05.20 오후 6:09:35)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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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사님 말씀 보고 제목을 읽으니...
진짜 쓸모없는 51%네요! ㅎㅎ
한국말 어렵다는 말 왜그런지ㅡ와닿습니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지 수십년 넘었는데
아직도 들어간 곳이 가방인지 방인지 헷갈리는데
심지어 아버지가방에 들어간 사람이
아들인지 아내인지 이제 그것도 헷갈립니다 ㅠㅠ ㅋㅋ

 선하기 (2020.05.21 오전 8:25:15)  PC

답변

희망으로님, 안녕하세요? ^^
헝클어진 생각들을 양손에 쥐고, 어떤 것이 더 좋은가, 단 0.1%의 무게감에도 전전긍긍해가며,
선뜻 선택을 못하는 제 모습을 봅니다.
한 올 한 올 정갈하게 정리를 주시니, 다른점이 2%나 되는데도, 결과적으로 별 반 다르지 않음을 알게되네요.
늘 지혜로 삶을 풀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희망으로 (2020.05.21 오후 12:43:48)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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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클어진 생각들을 양손에 쥐고...’
아... 종종 그 상태에 빠지는 제 심정을 정곡으로 표현해주시네요!
제가 무슨 정리씩이나 해드릴 주제가 됩니까만 같이 공감하니 참 좋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은 뜻이 같은 경우 동지라고 하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