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도해야할까요?>
힘든 장거리 진료와 검사를 마치고 고속도로를 내려오다 쉬기 위해 멈춘 휴게소에서 아내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여보, 만약에 건강을 완전히 회복해서 먹고 걷고 다니고 마음대로 하면서 1년만 살 수 있는 한가지와 아픈대로 예정없이 수명껏 사는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신은 어느쪽이야?”
내 질문에 아내는 그리 오래 생각도 않고 1년만 살겠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걷지도 못하고 병이 낫지 않아도 1년만 살겠답니다. 지금처럼 갈수록 점점 나빠지는 이 생을 사는것보다는 1년만 사는 게 더 좋겠다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럼 내가 당신 안아픈 채 1년만 살게해주세요! 라고 기도해야하는거야? “
아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는 낫게 해달라고는 기도안하는거야?” 라고.
“오래되었어. 그 기도 안하기 시작한지가. 내가 그 기도 하나 안하나 하나님은 하나님의 계획대로 하실테니 더 이상 기도 하는건 쓸데없는 기도같아서 안해.”
그랬습니다. 처음에 많이, 목숨을 걸고도 기도했습니다. 하루에 두어시간 교회마루바닥에 자면서 몸무게가 10키로가 빠지고 황달에 간수치가 위험수준에 닿을 정도로 했습니다. 한달 가까이 그랬더니 보험회사가 받았던 보험료를 돌려주고 해지를 통보해왔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낫기를 원하는지는 하나님이 가장 잘 아실텐데 안고쳐주셨습니다. 내가 얼마나 더 매달리나 보고 고쳐주기도하고 안고쳐주기도 하신다면 그건 정말 고약한 심술입니다.
만약 그 결과가 믿음의 평가기준이고 사랑의 척도가 된다면, 그렇다면 병 못고치고 기도 그만 둔 사도바울도 실패자고 죽음의 잔을 치워달라고 했다가 그대로 수용하고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님도 실패자입니다. 믿음이 없거나 성의가 모자랐거나...
그건 잘못하면 종교가 도박이 되고 하나님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흉한 꼴이되니 그런 식의 기도는 안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5년만 살려달라고 했는데 벌써 12년째니 길게 살았지요?”
아내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처음에 발병하고 곧장 추락하는 병세에 두려워 막내딸아이가 성인이 되는 5년만 살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런데 5년에 5년을 더하고도 2년이나 더 살아냈습니다. 보너스도 많이 얹어주셨습니다. 당시 아내 정도의 심한 증상이 오면 평균 5년 정도 수명이 데이터오 발표되었기 때문에 정말 간절히 빌었습니다.
“참 고맙지? 소원의 두배를 주시고 아직도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니!”
그러고보니 아내와 만나 잘 지낸 새월도 어느사이 32년이 되었습니다. 십년도 못 넘기고 원수가 되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이별하거나 사랑이 떠난 부부들도 많은데 우리는 같이 세상을 떠나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만큼 가까우니 그 또한 큰 선물을 받은거 같습니다.
“난 그 기도 안할래! 나까지 한날에 데려가신다면 1년도 감사하다고 그렇게 해달라고 빌겠어! 하지만 당신만 떠나고, 그것도 건강이 100% 정상이 된다는 보장도 아니라면 왜 그런 기도를 해? 설사 한 달 두 달 후에 당신이 세상을 떠나도 상관없이 감사하겠지만 조건으로 그렇게 살 수는 없어!”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조금은 울적해진 심정으로 말을 멈추고 차의 시디에 서 작동시킨 찬양을 들었습니다.
노래듣는데 가슴속에서 울컥 주먹만한 뜨거운 덩어리가 올라옵니다.
‘오늘도 나의 삶을 살아가시는 주
연약한 나의 일상을 살아가시네’
그러다가 다음 부분에서 기어이 내 눈물샘은 터졌습니다.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했습니다. 아픈 아내에게 안들키려고...
‘나는 주를 담는 그릇 내 안에 계신 성령님 / 드러날 것 없는 나의 삶에 홀로 나타나시네 / 사랑으로 사랑으로 오늘 하루를 사셨네’
‘일상’ 이라는 곡입니다. 박진희님이 불렀습니다.
[오늘도 나의 삶을 살아가시는 주
연약한 나의 일상을 살아가시네
내가 사는 것은 오직 주를 위한 것
나의 삶의 주인 오직 예수
오늘도 나의 삶을 살아가시는 주
연약한 나의 일상을 살아가시네
내가 사는 것은 오직 주를 위한 것
나의 삶의 주인 오직 예수
나는 포도나무가지 주님과 한 몸 되었네
나는 주를 담는 그릇 내 안에 계신 성령님
드러날 것 없는 나의 삶에 홀로 나타나시네
사랑으로 사랑으로 오늘 하루를 사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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