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쓴다>
재활요양병원에는 새로운 환자들이 들어오면 테스트를 하는 것이 있다.
나이드신 분들이 비교적 많고 그중에는 인지기능이 아주 낮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기 위한 심사에도 꼭 들어가는 평가다.
주로 하는 종류가 지금 날짜, 여기는 어디인지, 몇가지 단어를 기억하라던지.
새로 온 환자가 평가를 받는 걸 보면서 아내에게 장난삼아 물었다.
“197655에서 21738을 빼면 얼마지?”
“.....”
“큰일났네...에구”
원래는 100에서 7을 빼면 얼마인지 묻고 또 7을 빼고, 그런 문제다.
못맞히게 하려고 복잡하게 만들었는데 내 발등을 찍었다.
머리가 아픈 긴 숫자다. 사실 문제를 낸 나도 정답을 모르겠다.
“그럼, 이번에는 단어 기억하기! 잘 외워둬, 이따가 물어볼테니”
“안드로메다 마추픽추 시벨리안 요하네스버그 우루무치 벨파스트 파피아뉴기 ....”
아내가 혀를 찼다.
“쯔쯔쯔, 애쓴다... 묻는 당신이 기억이나 하겠어?” 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몇개를 대답해도 문제에 있었던 단어인지 아닌지 나도 기억을 못한다.
아내를 놀려먹느라 어렵게 문제를 내다가 내가 오히려 당한다.
이러다가 인지기능재활치료실로 아내가 아니라 내가 가게 될거 같다.
재활병원의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다.
지루하지 않으려고 아내와 노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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