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도는 안 들어주나봐...” 아내의 눈물
희망으로 2019.05.03 오후 7:07:05 137 ipad 카테고리 삶 나누기
<내 기도는 안들어주나봐...>
저녁밥을 먹는 중에 갑자기 아내가 고개를 숙이더니 중얼거렸습니다.
“하나님이 내 기도는 안 들어주고... ㅠㅠ”
눈물을 글썽이며 수저를 얼음땡처럼 멈추었습니다.
티비를 보니 요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스페인하숙’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중입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순례길 중에 순례자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알베르게(순례자용 저렴한 민박집)를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 세 사람이 시한부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나이가 65세인 한국인 아주머니가 머무르는중에 특별히 만들어준 한식을 먹으며
서로 나이를 물어보기도하고 서로 대단하다고 인사도 나누는 모습을 본 아내.
나이든 저 분도 가는데... 그만 속상한 지 슬픈지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나와 다르게 평생 외국이나 여행에 대한 욕심이 없었습니다.
나를 따라 다니기는 했어도 단 한 번도 어디를 가고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단 하나, 780킬로미터를 걸어서 가는 산티아고순례길은 달랐습니다.
유일하게 그 하나는 죽기전에 꼭 다녀오겠다는 약속처럼 욕심을 냈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으로 독립하는 날 출발하기로 우리는 꿈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울면서 접어야만 했습니다. 무리할 수 없는 희귀난치병에 걸려
딱 한 번, 하나뿐인 도보순례길 꿈을 허락하지 않고 빼았아갔습니다.
아내의 심정이 그런가 봅니다.
원망과 아쉬움에 밥을 먹다말고 눈물이 핑글해서 고개를 숙이는걸 보니.
“당신은 지금 걸어서 가는 순례길의 열배는 힘든 순례를 하는 중이잖아,
그깟 배낭하나메고 한달이면 끝나는 순례길과 비교도 안되지.
십년을 목숨걸고 가는 순례길인데...”
하지만 나도 압니다. 그런 말로 위로라고 하지만 하는 나도 속상하고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하나님의 결정이 밉습니다.
평생 주어진 삶 최선으로 착하게 살다가는 아내가 야고보의 순례길 한번 가게 해달라는데
그게 무슨 호강도 아니고 허영도 아닌데 거절을 하시는지...
나중에 아내가 먼저 떠나고 내가 혼자서 얼마라도 더 살다가 가게한다면
그 남은 날을 아내의 사진을 품에 안고라도 기어이 가고싶습니다.
가다가 숨이 멈추면 순례길에 천국가는것이고
무사히 마친다면 나와 아내의 슬픔이라도 조금은 덜어지겠지요.
ip : 111.118.82.221
댓글 7개
kammy (2019.05.03 오후 8:09:43) PC 답변 수정 삭제
왜 비싼 돈 들이면서 고생하시려나요?
비용 대비 효율성 따지면 저는 안갑니다. 차라리 울릉도 갑니다.
희망으로 (2019.05.03 오후 9:40:08) ipad 답변 수정 삭제
비용대비 효율성요?
아마도 저나 아내에게는 그 길이 비용대비 가장 높은 효율성의 대상이라서 그런 거 같아요.
수백년도 전에 그 길을 걸어서 성 야고보성당으로 순례를 가던 신앙인들이 있었지요.
그때는 정말 목숨도 보장 못하고 온갖 고생을 하면서 가는 험한 길이었지요.
그들이 그렇게 간절히 걷고 걸으면서 품었던 마음을 느껴보고 싶어서 그래요.
그리고 또 특별한 인연이 있어요. 전혀 그런 길이 있는지도 모르던 거의 20년 전,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그 길을 스페인에 서양화 유학중이던 남궁문이라는 화백님이
5년 동안에 계절마다 그 길을 걸었어요. 4번, 나중에 두 번을 더 해서 총 6번을.
그리고 최초로 한국에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순례길’ 이라는 작은 소책자로
그 순례길 여정을 소개했어요. 사진은 한장도 없이 직접 스케치한 그림만 삽화로 넣은 작은책.
2000년 2001년 그때는 한국사람은 고사하고 동양인도 한명도 지나간 적이 없다고
알베르게 봉사자들이 신기하다고 말해줄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에 김남희씨라는 도보여행자가 아마 다녀오고 두번째로 책을 내었을겁니다.
몇년 뒤 남궁문화백님은 계절별 순례기를 담은 4권을 책으로 내었지요. 제가 알기로는 그래요.
그 남궁문 화백님의 첫번째 책을 보고 그곳을 가기로 소원했다가 아내가 병이 나서 포기했는데
그 책을 쓴 남궁문 화백님이 우리 사연을 알게 되시고 청주 병원까지 와주셨어요.
12월30일 폭설이 내린 길을 성남에서 자전거를 타시고 이틀인가 사흘만에...
만두국으로 늦은 저녁을 대접하고 이야기를 나눈 후 근처 찜질방에 숙소를 안내해드렸지요.
그런 인연도 우리에게 그 길이 특별합니다.
우리가 가려고 작정할 2002년 그 당시에는 아무도 모르고 여행의 분위기는 더욱 없었지요.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다녀오고 수백권의 책이 나와서 이젠 느낌이 좀 달라졌지만..
원래 순례길은 좀 고행의 길이지요. 그래야 사도들이 걸어서 다닌 그 심정이 이해되니까요.
닛시 (2019.05.03 오후 10:03:52) android 답변 수정 삭제
답글을 적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뻔한 얘기밖에 적을수가 없거던요.
제 생각에는 안집사님 기도를 접수하셨을것 같습니다
OK만 응답은 아니잖아요.
No도 있구요
Delay도 있던데 지연시킨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음 순서라는 의미도 있던데요
희망으로 (2019.05.04 오전 9:39:57) ipad 답변 수정 삭제
Yes도 No도 다 대답.
그렇네요. 어떤 대답에도 사는걸 달리 할 길이 없으니..
딜레이는 좀 희망이 있나요? 그럼 전 그걸 빌겠습니다! ^^
nada1026 (2019.05.04 오전 7:50:57) android 답변 수정 삭제
유해진이 보고 80대이신 저희모친이 못생깄다하고 차승원이 보고는 상남자라네요!!ㅋ
희망으로 (2019.05.04 오전 9:42:14) ipad 답변 수정 삭제
유해진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푸근하고 인간적이라고 좋아도 해요!
그냥 시장에 가면 들리는 말들이~
잘 조화를 이루는 팀인건 확실해요 삼시세끼때부터!
일로 하면서도 그곳 경험을 하는 그들이 한편 부러워요~^^
희망으로 (2019.05.04 오전 9:52:11) ipad 답변 수정 삭제
생각해보니...
병든 아내를 돌보면서 내 개인적인 하고싶은 일들,
가고싶은 곳을 다 접고 산 시간이 12년 째네요.
많은 건 바라지도 않지만 하나님이 나를 불쌍히 여겨주셔서
한달에 10만원 정도만이라도 포인트처럼 모아준다면,
벌써 1500만원 안팎의 금액이 되네요! 화들짝? ㅎㅎ
그거 전부도 필요 없고 딱 절반만 주신다면 좋겠어요.
그럼 750만원선. 그거면 왕복 비행기값에
두달정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생활하기 충분해요.
허리조르고 덜 먹으면 500만원에도 가능하지만...
사실 제가 더 바라고 도움되는 건 같이 가줄 수 있는 한명이나 두명입니다.
나이도 있고 긴 날짜 먼 코스에 서로 안전을 챙기고
무엇보다 급격한 감정의 부침을 좀 안정시키며 대화도 하고 그러고 싶어서요.
5년이나 10년 뒤에 같이 순례길 동행해주실 분 어디 없나요?
저도 걷기 훈련과 비용 마련을 쌓아가는 중입니다만~^^
(어쩌면... 아내가 없는 삶이 덜컥 발앞에 놓이는 순간의 두려움을 넘기기 위해
저는 더 매달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뭔가 할일이 있고 준비가 필요한 일이
나를 그 전날도, 그 다음 날도 살아야할 힘을 줄지도 몰라서...)
희망으로 2019.05.03 오후 7:07:05 137 ipad 카테고리 삶 나누기
<내 기도는 안들어주나봐...>
저녁밥을 먹는 중에 갑자기 아내가 고개를 숙이더니 중얼거렸습니다.
“하나님이 내 기도는 안 들어주고... ㅠㅠ”
눈물을 글썽이며 수저를 얼음땡처럼 멈추었습니다.
티비를 보니 요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스페인하숙’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중입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순례길 중에 순례자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알베르게(순례자용 저렴한 민박집)를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 세 사람이 시한부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나이가 65세인 한국인 아주머니가 머무르는중에 특별히 만들어준 한식을 먹으며
서로 나이를 물어보기도하고 서로 대단하다고 인사도 나누는 모습을 본 아내.
나이든 저 분도 가는데... 그만 속상한 지 슬픈지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나와 다르게 평생 외국이나 여행에 대한 욕심이 없었습니다.
나를 따라 다니기는 했어도 단 한 번도 어디를 가고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단 하나, 780킬로미터를 걸어서 가는 산티아고순례길은 달랐습니다.
유일하게 그 하나는 죽기전에 꼭 다녀오겠다는 약속처럼 욕심을 냈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으로 독립하는 날 출발하기로 우리는 꿈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울면서 접어야만 했습니다. 무리할 수 없는 희귀난치병에 걸려
딱 한 번, 하나뿐인 도보순례길 꿈을 허락하지 않고 빼았아갔습니다.
아내의 심정이 그런가 봅니다.
원망과 아쉬움에 밥을 먹다말고 눈물이 핑글해서 고개를 숙이는걸 보니.
“당신은 지금 걸어서 가는 순례길의 열배는 힘든 순례를 하는 중이잖아,
그깟 배낭하나메고 한달이면 끝나는 순례길과 비교도 안되지.
십년을 목숨걸고 가는 순례길인데...”
하지만 나도 압니다. 그런 말로 위로라고 하지만 하는 나도 속상하고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하나님의 결정이 밉습니다.
평생 주어진 삶 최선으로 착하게 살다가는 아내가 야고보의 순례길 한번 가게 해달라는데
그게 무슨 호강도 아니고 허영도 아닌데 거절을 하시는지...
나중에 아내가 먼저 떠나고 내가 혼자서 얼마라도 더 살다가 가게한다면
그 남은 날을 아내의 사진을 품에 안고라도 기어이 가고싶습니다.
가다가 숨이 멈추면 순례길에 천국가는것이고
무사히 마친다면 나와 아내의 슬픔이라도 조금은 덜어지겠지요.
ip : 111.118.82.221
댓글 7개
kammy (2019.05.03 오후 8:09:43) PC 답변 수정 삭제
왜 비싼 돈 들이면서 고생하시려나요?
비용 대비 효율성 따지면 저는 안갑니다. 차라리 울릉도 갑니다.
희망으로 (2019.05.03 오후 9:40:08) ipad 답변 수정 삭제
비용대비 효율성요?
아마도 저나 아내에게는 그 길이 비용대비 가장 높은 효율성의 대상이라서 그런 거 같아요.
수백년도 전에 그 길을 걸어서 성 야고보성당으로 순례를 가던 신앙인들이 있었지요.
그때는 정말 목숨도 보장 못하고 온갖 고생을 하면서 가는 험한 길이었지요.
그들이 그렇게 간절히 걷고 걸으면서 품었던 마음을 느껴보고 싶어서 그래요.
그리고 또 특별한 인연이 있어요. 전혀 그런 길이 있는지도 모르던 거의 20년 전,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그 길을 스페인에 서양화 유학중이던 남궁문이라는 화백님이
5년 동안에 계절마다 그 길을 걸었어요. 4번, 나중에 두 번을 더 해서 총 6번을.
그리고 최초로 한국에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순례길’ 이라는 작은 소책자로
그 순례길 여정을 소개했어요. 사진은 한장도 없이 직접 스케치한 그림만 삽화로 넣은 작은책.
2000년 2001년 그때는 한국사람은 고사하고 동양인도 한명도 지나간 적이 없다고
알베르게 봉사자들이 신기하다고 말해줄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에 김남희씨라는 도보여행자가 아마 다녀오고 두번째로 책을 내었을겁니다.
몇년 뒤 남궁문화백님은 계절별 순례기를 담은 4권을 책으로 내었지요. 제가 알기로는 그래요.
그 남궁문 화백님의 첫번째 책을 보고 그곳을 가기로 소원했다가 아내가 병이 나서 포기했는데
그 책을 쓴 남궁문 화백님이 우리 사연을 알게 되시고 청주 병원까지 와주셨어요.
12월30일 폭설이 내린 길을 성남에서 자전거를 타시고 이틀인가 사흘만에...
만두국으로 늦은 저녁을 대접하고 이야기를 나눈 후 근처 찜질방에 숙소를 안내해드렸지요.
그런 인연도 우리에게 그 길이 특별합니다.
우리가 가려고 작정할 2002년 그 당시에는 아무도 모르고 여행의 분위기는 더욱 없었지요.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다녀오고 수백권의 책이 나와서 이젠 느낌이 좀 달라졌지만..
원래 순례길은 좀 고행의 길이지요. 그래야 사도들이 걸어서 다닌 그 심정이 이해되니까요.
닛시 (2019.05.03 오후 10:03:52) android 답변 수정 삭제
답글을 적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뻔한 얘기밖에 적을수가 없거던요.
제 생각에는 안집사님 기도를 접수하셨을것 같습니다
OK만 응답은 아니잖아요.
No도 있구요
Delay도 있던데 지연시킨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음 순서라는 의미도 있던데요
희망으로 (2019.05.04 오전 9:39:57) ipad 답변 수정 삭제
Yes도 No도 다 대답.
그렇네요. 어떤 대답에도 사는걸 달리 할 길이 없으니..
딜레이는 좀 희망이 있나요? 그럼 전 그걸 빌겠습니다! ^^
nada1026 (2019.05.04 오전 7:50:57) android 답변 수정 삭제
유해진이 보고 80대이신 저희모친이 못생깄다하고 차승원이 보고는 상남자라네요!!ㅋ
희망으로 (2019.05.04 오전 9:42:14) ipad 답변 수정 삭제
유해진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푸근하고 인간적이라고 좋아도 해요!
그냥 시장에 가면 들리는 말들이~
잘 조화를 이루는 팀인건 확실해요 삼시세끼때부터!
일로 하면서도 그곳 경험을 하는 그들이 한편 부러워요~^^
희망으로 (2019.05.04 오전 9:52:11) ipad 답변 수정 삭제
생각해보니...
병든 아내를 돌보면서 내 개인적인 하고싶은 일들,
가고싶은 곳을 다 접고 산 시간이 12년 째네요.
많은 건 바라지도 않지만 하나님이 나를 불쌍히 여겨주셔서
한달에 10만원 정도만이라도 포인트처럼 모아준다면,
벌써 1500만원 안팎의 금액이 되네요! 화들짝? ㅎㅎ
그거 전부도 필요 없고 딱 절반만 주신다면 좋겠어요.
그럼 750만원선. 그거면 왕복 비행기값에
두달정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생활하기 충분해요.
허리조르고 덜 먹으면 500만원에도 가능하지만...
사실 제가 더 바라고 도움되는 건 같이 가줄 수 있는 한명이나 두명입니다.
나이도 있고 긴 날짜 먼 코스에 서로 안전을 챙기고
무엇보다 급격한 감정의 부침을 좀 안정시키며 대화도 하고 그러고 싶어서요.
5년이나 10년 뒤에 같이 순례길 동행해주실 분 어디 없나요?
저도 걷기 훈련과 비용 마련을 쌓아가는 중입니다만~^^
(어쩌면... 아내가 없는 삶이 덜컥 발앞에 놓이는 순간의 두려움을 넘기기 위해
저는 더 매달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뭔가 할일이 있고 준비가 필요한 일이
나를 그 전날도, 그 다음 날도 살아야할 힘을 줄지도 몰라서...)
'아내 투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는 오고 응급실은 슬프고...> (0) | 2019.06.07 |
---|---|
그때 그 말씀들 11 ‘너무 늦기 전에 하나님을 기억하라’ (0) | 2019.05.05 |
항암주사맞던 봄날 (0) | 2019.04.26 |
<이상한 봄나들이, “주사실 1번방 7번 침대요!”> (0) | 2019.04.26 |
그때 그 말씀들 5, ‘우리가 낮아졌을 때 기억하신 분께 감사하라’ (0) | 2019.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