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항암주사맞던 봄날

희망으로 2019. 4. 26. 19:29

아내가 5시간 넘게 걸리는 장거리 주사를 맞는중 침대 곁에 앉아 버티는데 못참겠다. 점심 먹은 후라서 그런지 새벽 일찍 나온 피로감인지 자꾸 잠이 쏟아져서... 잠시 암센터 본관 뒷쪽 산 평심루 오르는 곳으로 나왔다.

예전 여기 3개월 입원할 때, 아침마다 오르던 건강로길. 참 많은 생각과 비운 감정들이 곳곳에 떠오르는 산길이다. 봄이면 꽃이 만개하는데 오늘은 아직 이른지 아직 겨울 뒤끝이 뭉개고 있다.

얼른 꽃이 피고 답답해하는 환자들이 삼삼오오 나와 봄볕을 즐기는 따뜻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내의 옆침대와 그 옆 침대는 서로 아는 사이들인가보다. 주사 다 맞으면 나가서 같이 밥먹자고 약속들을 한다. 하긴 우리도 아는 사람을 주사실에서 만나곤 했었다. 암환자들이 가득한 항암주사실이라고해도 별 다르지 않다. 수건이나 모자들을 많이 쓰고 있다는 사소한 거 빼고는. 암 환자들이 뿔달린 괴물도 아니고 무슨 흉한 죄로 벌 받는 사람들도 아니니 당연히 너무 평범하다. 아줌마들 수다에 누군가 흉도 보며~

그러다가도 순간에 무거워진다. 어떤 때는 활짝 핀 벗꽃과 개나리 진달래 꽃을 보면서도 꺽꺽 우는 사람도 보았다. 나도 한번은 그 중의 한명으로 끼었었다. 왜 그리 서럽고 빼앗긴 일상이 억울한지...ㅠ

어떤 사람도 일평생을 놓고 보면 다 이런 저런 자신의 짐을 지고 걸어가는 오십보 백보인데도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슴이 나만 그런척 별날 때가 있다.

오늘은 오히려 꽃이 활짝 안 피어서 마음이 담담하다. 다행인가? 정말? 그래도 좀 피지... 찍어서 주사맞으며 잠든 아내 보여줄려고 했는데. 헤~

이미지: 화면, 실내
이미지: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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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나무, 하늘, 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