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내맘대로 안된다.
몸이 아파서 힘들고 가난에 쪼달려서 그렇고 다투고 씨름하다 이별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아프게 해서 또 힘들다.
죽는 것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다.
통과할 과정도 두렵고 미안한 것들이 많아서 그렇고 스스로 쌓아온 걸 배신하는 게 쪽팔리고 하늘에 부끄러워서 그렇다.
아내는 죽으면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여러번 말했다. 나는 처음에는 다시 잘 태어나서 잘 사는 거 한 번 해봤으면 싶었다. 하지만 점점 아내의 말에 동의한다. 깊이... 다시는 이놈의 세상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그런데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이 이 지구상에 한명이라도 있을까? 그냥 선택의 여지없이 세상에 온 처지가 분명한데 다음에 다시 오고 안오고 무슨 선택할 권한이 있다고...
이렇게 내 목숨이 내뜻대로 오고 가는 것도 아니라면 내가 세상에 태어난 건 누군가 의지로 했던지 책임질 존재가 있을거다. 기독교 신앙인은 하나님이라고 믿고 다른 이들은 다른 무엇인가가.
그런데... 왜 보내고 책임은 안지는지는 걸까? 이렇게 살고 죽는 것이 힘든데 외면하고 내버려두고, 그러면서도 끝없이 또 보내고 데려가고를 반복하는걸까? 무엇을 바라서, 누구를 위해서?
“아아악!” 비명이라도 지르고싶다.
“엉엉엉!” 통곡이라도 하고싶다.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뚱이를 억지로 일으키며 오늘도 감당해야할 하루치 삶을 이어가면서 화가 난다. 온갖 종류의 불안과 두려움, 외로움이 종일 마음을 짖눌러 슬퍼진다.
“있잖아요! 난 정말 오고싶어서 온 게 아니라고요! 이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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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시 ‘십자가’ 중에서
하늘이 허락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밑에
조용히 흘리겠다던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 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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