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또 저혈압이 추락한 아내는 몇 번을 일어나다가 결국 링거를 달고 누워버렸습니다. 71에 50...ㅠㅠ
빙빙 돌고 속은 울렁거리고 두통도 괴롭힙니다. 아침엔 힘들어 양치질도 포기하고 버텨보더니 반나절만에 항복했습니다.
원장님과 간호사 두명이 오고가며 혈압을 재고 살피더니 수액맞고 좀더 두고보잡니다.
점심을 먹고는 안그래도 며칠째 바닥을 보이는 저질체력을 버티며 재활치료실을 갔다가 15분을 못넘기고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아내는 실없이 자조하며 웃다가 울음이 터집니다.
“정말 왜 이러는거야? 싫다... 해보려고 해도 자꾸 안돼, 살기 싫다”
창밖의 빗소리는 아침에 굳은 마음으로 출발한 의지를 깡그리 비웃으며 우리를우울한 쓰레기통으로 쳐박습니다.
“보호자 분도 살이 점점 빠져보여요”
아내의 혈압을 재러온 간호사가 나를 보며 던진 말에 가슴이 철렁합니다. 사실 요근래 계속 이유없이 체중이 줄어 5키로 가까이 내려갑니다. 췌장암이나 간의 이상 증상중 하나라는데...벌써 3명에게 살빠졌다는 말을 듣습니다.
남의 눈에 띨 정도라면 불안해지네요.
“환자보다 제가 먼저 갈려나봐요! 하하하! 환자는 병원이 돌봐주기라도 하지요. 저는 방치되어서...”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론 이렇게 묻고 싶은걸 참았습니다.
“밤사이 잠자듯 같이 죽을 수 있는 약 없어요? 안아프고 소리도 없이 가는 ...”
혈압보다 체중보다 살고싶은 의욕이 훨씬 앞질러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는 비오는 오후입니다.
‘회복 가능성 없는 아픈 사람이 왜 더 살아야하는 걸까요? 건강한 사람만 세상에 오래살게하는 기준 같은거 하나님은 안 만드는 이유가 뭘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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