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오래 못사는 이유..

희망으로 2018. 12. 15. 21:19

<오래 못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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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결정장애가 있다.
딸도 닮았는지 그렇다.
슈퍼나 식당가면 늘 선택에 시간이 걸리고 고민한다.
어쩌면 여자들의 특성인지 모른다.
둘 다의 장점을 떠올리고 둘 다에 마음을 준다.
사람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느라 종종 우유부단해지거나 결정을 못내린다.
냉정해야하거나 취사선택으로 이별해야하는 경우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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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극단적이고 성질이 급하다.
정정 성질 급한 나는 둘 다를 사줘버리거나 화를 낸다.
선택을 앞두고는 더 나쁜 점 마음에,안드는 점을 빨리 본다.
그래서 비교가 빠르고 버리고나 이별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남자들이 대개 그러는지 나만 더 심한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아내도 딸도 다른 여자들도 나를 무지 차갑다고 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지는 모르지만 애정이 부족하다고 한다
싫어하는 이유가 좋아하는 이유보다 더 많고 우선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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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오래 못산다.
아마도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질병이라도 진단받거나
치명적인 실패라도 마주하는 날이면 선택도 무지 빠를거다.
포기와 절망을 극단적으로 내리고 세상을 떠날 것 같다.
기차 건널목이나 국도에서 흔히 보는 표어.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
어쩐지 낯설지 않고 한쪽 가슴이 쿵하니 찔린다. 공감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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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감사한 것 한가지는
결정장애와 극단적 성급함을 조합시켜 한집에 살게 하신 것
아내와 딸을 내 삶에 동행시켜주셔서 조금은 서로에게 유익하게
작동하도록 하신 놀라운 지혜와 배려다.
휴... 안 그럼 오늘까지 남아나 있었을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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