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속에서 욥의 아내를 보았다>
재산과 자식을 잃고도 욥은 견뎠다.
‘주신이도 하나님이요 가져가신이도 하나님이시니...’
아내가 희소병으로 사지마비되어 무너지고 재산은 바닥나고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시절을 어찌어찌 죽지않고 버티며 넘기는 듯 했다. 그래도 하나님이 지켜주시네 하면서.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병이 들고 망가진 욥은 끝내 자기가 태어난 생일을 한탄하였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욥의 아내는 한걸음 더 나갔다.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어버려라!’
건강검진을 받고 온몸이 성한 곳이 별로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위염, 높은 간수치에 고지혈증, 당뇨내당증, 황달, 신장에 종양, 추가 검사를 받고 여러 약도 처방받고 다음 검사를 또 예약하고 나니 내 속에도 욥의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모태에서 그날에 숨을 거두었더라면 지금은 편히 쉬고 있을걸...’
욥의 아내는 따로 바깥에 있는 남 아닌가보다. 내속의 두 마음, 그 하나인 발악의 속삭임이 바로 욥의 아내라는 이름을 달고 자꾸 부추긴다. 내게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어버리라며...
“평강도 없고 안온도 없고 안식도 없고 고난만 임하였구나”(욥 3:26)
비록 이 고백을 달고 사는 날들이 이어지지만 욥과 함께 나는 여행을 계속한다. 고통과 죽음의 그늘을 짊어지고 한탄하며 어디인지 모를 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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