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어느 날의 기억 32

희망으로 2018. 3. 12. 15:44

<아픈 사랑은... 아프다.>

‘그때, 아내에게 바람맞은 날 웃으며 ’괜찮아!’ 하지말았어야...‘
‘그때,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로 가자고 하지말았어야...’

오래 아프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며 종종 해보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너무 힘든 상황에 마주치면 종종 그런다.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혹은 그때 안 그랬어야 했는데...‘ 라고,
지난 어느 선택들을 돌이켜 후회하거나, 안 가본 길에 대한 미련을 품고 산다.

어떤 과학이나 마법이 나를 결혼 전의 순간으로 돌려주고,
내 눈앞에 다시 아내를 나타나게 하면 이번에는 내가 다르게 선택할까?
예상되는 답은? ... 안타깝게도 ‘노!’ 다. 다시 기회를 주어도 별 다르지 않을거라는.

여전히 나는 아내에게 작업을 걸어서 호감을 사고 청혼을 해서 또 결혼할 것이다.
그러면 결혼은 그렇다 치고 그 후는 달라질까?
아내의 마음에 근심과 속상함을 주지 않고, 평안하고 따뜻하게 대해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역시 ‘노!’ 이다.

그 이유는 시간이 바뀌어도 내 성품은 별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거다.
내 감정이 먼저고, 내 판단이 더 옳고, 내 자존심이 다른 가족보다 여전히 더 예민하기에.
그래서 다시 시간을 돌려 그 순간에 데려다 주어도 열에 아홉은 역시 똑같은 선택을 하고,
다시 똑같은 후회와 미련을 품고 산다는 것.

무언가 아주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
지나간 기회나 아직 오지 않은 행운을 기웃거리며 보내기는 내게 주어진 사람들의 삶이 너무 아깝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날, 오늘, 아직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에도 이미 늦고 있는지 모른다.

아픈 사랑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어느 시인은 노래 불렀다.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며 보내는 시간들은 내 몸의 한 부분들이 떨어져나가는 중인 지도 모른다. 따뜻하게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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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 ‘그때, 아내에게 바람맞은 날 웃으며 ’괜찮아!’ 하지말았어야...‘ ‘그때,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로 가자고 하지말았어야...’ 오래 아프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며 종종 해보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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