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21 - ‘행운타령’>
“제발 이번에는 꽝! 이 나오게 해주세요.”
'수박'이라는 일본 드라마에 여주인공이 얼음하드를 사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 하드의 나무 스틱에 '당선'이라는 글자가 계속 나온다. 하나 더 주는 행운의 뽑기 놀이 같은,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까지는 신이 나서 또 가서 바꾸어오고 했는데 또 당선되고 또 당선되고 또 당선되고 하면서 이렇게 빌었다.
“그냥 버리면 되잖아! 아니면 나를 주던지,”
곁의 사람이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못했다. 아깝다는 이유와 자신이 끝을 보고 개운하고 싶다면서!
왜 그게 안 될까?
사람에게는 행운을 걷어 차버리고 자유를 누릴 만큼 대범한 속성보다는 공짜로 생기는 행운에 발목 잡히는 근성이 더 많다. 하여 점점 행운이 계속되는 사람은 점점 자율적인 선택의 능력과 시원함은 사라지고 뭔가 자기 주동적 힘이 아닌 외부의 운에 삶을 걸게 된다. 고귀한 독립체에서 기생존재로...
마침내 꽝! 이 나온 나무 스틱을 곁눈질로 조마조마 보던 여주인공은 비로소 만세를 부른다.
'야호!' 이제 개운하다! 하면서~
내게 행운타령은 어느 깊이까지 잠식한 걸까?
음... 솔직히 돌아보니 그닥, 자유롭지 못했다는 편치 않은 점검결과가 나온다.
다시 살아야겠다! 부디 꽝! 이 한 번 나오기를 빌면서... ㅎㅎ
행운타령 – 자유를 점점 갉아먹는 달고 단 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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