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어느 날의 기억 20 - 풍경

희망으로 2018. 3. 1. 15:20

<어느 날의 기억 20 - ‘풍경’>

- ‘아차! 늦었다. ㅠ.ㅠ’

아이가 도착했냐고 묻는 문자에 깜짝 놀랐다.
맞춰놓은 알람이 '오후' 로 되어 있어 울리지 않았다.

'학교 지각하면 무지 난리칠 텐데 어쩌지?...‘

양말을 신지도 못하고 주머니에 집어넣고 마구 달렸다.
간신히 정각, (1분도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에 학교에 내려주었다.

갑자기 차에서 '뚝' 소리가 들린다. 
늘 시동 걸고 예열 후 출발하는 골동품 엘피지차 
오늘은 늦어 그냥 달렸더니 이제야 차가 준비되었나보다.
낡은 차에 예열도 못한 불량주행이 내 사는 꼴 같이 느껴진다.

'나 땜에 차도 고생이다! ㅎㅎ'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창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비명도 아니고 노래도 아닌 묘한 소리! 유리창을 내렸더니...

와우! 소나무로 줄선 가로수에 새들이 단체로 합창대회가 열렸다! 
지지배배! 종알종알! 삐리리리~~~

참 별난 기쁨이 느껴진다.
늦은 등교 임무를 해치우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돌아오는 귀가 길에 거저 받는 자연의 선물! 
새 소리 속에 '그깟 지겨운 인생 뭔 대수!' 라는 달램이 있다. 
매몰되지 말아! 라는 위로도 있고~~

그러고 보니 병실에서 골골 쉰 목소리로 감기를 앓으며 기다릴 아내의 얼굴도 떠오른다.

풍경 - 새들의 노래 소리 속에 일생동안 단 한 번뿐인 세상 풍경들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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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 - ‘아차! 늦었다. ㅠ.ㅠ’ 아이가 도착했냐고 묻는 문자에 깜짝 놀랐다. 맞춰놓은 알람이 '오후' 로 되어 있어 울리지 않았다. '학교 지각하면 무지 난리칠 텐데 어쩌지?...‘ 양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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