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어느 날의 기억 18 - 화분살이

희망으로 2018. 2. 28. 15:18

<어느 날의 기억 18 - ‘화분살이’>

내가 좋아하는 그는 
몸에서 들판의 꽃향기가 났다.
입만 열면 하는 말에서는 향기가 나고
손 만지는 것마다 생명이 쑥쑥 커는 게 보였다.

내가 지독히 싫어하는 어느 사람은 
입만 열면 비관이고 저주고 가시였다. 온통 악취,
손대는 것마다 독 묻은 듯 시들고 마르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다른 모습 다른 냄새

그런데 다시 보니 그건 내게도 있었다.
내가 바라는 것과 내가 사는 것의 두 얼굴 
악취는 입과 삶이 다름에서 나온다
한 몸에서 다르게 나올 수 있는 냄새

바깥에는 두 가지 사람들이
내 안에는 두 가지 성품들이 나를 괴롭힌다. 
병원살이를 하면서 더 선명하게 날마다 확인하는 두 세계

꽃이 되지 못한 내가
향기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 속에 꽃 하나를 심는다. 
샤론의 꽃 예수! 
나는... 화분이다. 그 향기나는 분을 담은!

화분 살이 - 잎은 꽃이 피기 전에 떨어져야하고, 
화분은 담은 꽃이 향기 나도록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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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 내가 좋아하는 그는 몸에서 들판의 꽃향기가 났다. 입만 열면 하는 말에서는 향기가 나고 손 만지는 것마다 생명이 쑥쑥 커는 게 보였다. 내가 지독히 싫어하는 어느 사람은 입만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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