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18 - ‘화분살이’>
내가 좋아하는 그는
몸에서 들판의 꽃향기가 났다.
입만 열면 하는 말에서는 향기가 나고
손 만지는 것마다 생명이 쑥쑥 커는 게 보였다.
내가 지독히 싫어하는 어느 사람은
입만 열면 비관이고 저주고 가시였다. 온통 악취,
손대는 것마다 독 묻은 듯 시들고 마르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다른 모습 다른 냄새
그런데 다시 보니 그건 내게도 있었다.
내가 바라는 것과 내가 사는 것의 두 얼굴
악취는 입과 삶이 다름에서 나온다
한 몸에서 다르게 나올 수 있는 냄새
바깥에는 두 가지 사람들이
내 안에는 두 가지 성품들이 나를 괴롭힌다.
병원살이를 하면서 더 선명하게 날마다 확인하는 두 세계
꽃이 되지 못한 내가
향기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 속에 꽃 하나를 심는다.
샤론의 꽃 예수!
나는... 화분이다. 그 향기나는 분을 담은!
화분 살이 - 잎은 꽃이 피기 전에 떨어져야하고,
화분은 담은 꽃이 향기 나도록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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