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15 - ‘꽃반지’>
"아들, 참 미안했다"
"뭘요?"
"어릴 때 많이 혼 낸 거..."
그러나 아들은 앙심은 고사하고 기억도 하지 않고 있었다.
"너 빚 때문에 힘들지?"
"무슨 빚이요?"
집으로 온 카드청구서에 연체라고 되어있어 걱정했는데,
아들은 빚지고 살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대답했다.
경솔했다. 몰랐다. 내게서 나오고 내가 키우고도,
딸아이도 그랬다. 성품이나 스타일을 몰라서 종종 빗나갔다.
'이건 별일 아니니까'
그랬던 일에 펑펑 울면서 힘들어 해서 당황했다.
'이번에는 못 견딜 거야'
그렇게 걱정하는 건 또 심플하게 씨익 웃어 넘겼다.
아내도 그랬다. 예상을 빗나가게 했다.
'너무 힘들어 죽어버릴지도 몰라...'
중환자실 들락거릴 때 많이 불안했지만 아내는 꾹 참고 견뎠다.
'이 정도는 너그럽게 이해하겠지?'
그런데 펄쩍 뛰었다. 나만 바깥나들이 하고 오는 게 속상하다고,
난 참 바보처럼 살았다.
가장 가까운 가족의 속도 모르니 배려 따위는 꿈도 못 꾸었다.
하물며 남들을 이해하는 건 애시당초 깜깜한 일이었다.
하기는 내 속도 붙잡지 못하는 판국에 무슨 기대를 할까만.
그러면서도 사랑고백을 잘도 했다.
꼴랑 예물 하나와 생색에 가까운 사랑해주기로...
꽃반지 – 사랑고백은 꽃반지와 꽃 같은 마음, 두 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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