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기억 2 - ‘선물’>
“야! 딸, 그렇게 돌아다닐 거야?”
“뭐가 어때서?...”
“그래도 숙녀가 그거는 아니지”
딸아이는 빨간 츄리닝 바지에 양말도 없이 슬리퍼를 끌고 나간다.
“날더러 60살 전에는 시집도 안 보낸다며? 그럼 뭔 상관있어!”
“그건 그거고...”
아내는 22살에 나에게 시집을 왔다.
그리고 결혼 20년 만에 주부와 엄마와 아내 자리를 파업해버렸다.
희귀난치병 사지마비로.
초등학교 5학년에 졸지에 부모 있는 고아가 되어버린 막내 딸
5년을 혼자 잘도 살아내더니 고1 되어 성적표 한 장을 내민다.
가방에 굴러다니다 너덜해진 종이, 400명중에 10등쯤 된 성적표다.
어느 날 아내가 하얀 침상에서 세상을 떠났다.
“난 이제 못살아...”
해 뜨고 해 지도록 밥도 굶고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는 노을을 보았다. 울었던가? 안 울었던가?
다행히 꿈이었다.
내게는 상위 5% 성적표도, 건강회복의 기적도 아니었다.
가장 소중한 선물은...
- 살아 있는 오늘, 그리고 딸과 아내였다. 아픈 채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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