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81 - ‘채송화’
부끄럽지만...
돈이 필요해서 원고를 응모했던 곳에서 발표가 났다.
낙방했다. 보기 좋게.
떨어질 수 있다 마음 준비했는데도 우울해진다.
어릴 때 운동회 달리기에서도 그랬다.
2등으로 잘 달리다 넘어졌다.
그 뒤로 다시는 운동회 비슷한 달리기 시합에는 안 나갔다.
총각 때는 여기저기 입사 시험에서 줄줄이 명단에 없었다.
당장 먹고사는 심각한 순간에도 마음의 상처가 더 크게 느껴졌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건강도, 재능도, 재산도, 외모도,
부모도 자녀도 왜 최고는 못될까? 하면서,
많은 좌절이 남과 비교해서 생기고
많은 고통조차 내가 세운 기준으로 바보같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다.
참 어리석은 태도인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나도 안다.
지구의 인류가 70억이 넘는다는데
재능 비교는 고사하고 한 번 얼굴도 못 보는 사람이
69억 9천 9백만 명은 넘을 거다.
그런데 무슨 잣대를 남에게 두고
내가 가장 못났다고 나를 못살게 자학할까.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배역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남들은 열 번 죽었다 깨어도 못 따라하는 그 무엇.
그래서 하나님도 우주와도 못 바꾸는 귀하고 소중한 생명이랬다.
그 귀하고 아름다움을 우리는 도통 모르고 슬퍼한다.
나도 남들도 세상도...
채송화에는 몇가지 종류가 있다.
땅채송화, 사철채송화, 서양채송화 등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서양채송화는 한줄기에 하나의 꽃이 핀다.
홀로 대롱 한자리를 지키며 홀로 피었다 홀로 져도 개의치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나는 채송화만도 못한 별 볼일 없는 열등감에 잠겨있었네?
바보같이...
채송화 ?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하나의 이름을 가진 예쁜 채송화들이다.
땅채송화
사철채송화
서양채송화1
서양채송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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