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로 저를 의지하고...> “아아악! 아아악!” “괜찮아요! 괜찮아요!” 손을 잡아주는 아내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4시. 너무 무섭고 잔인한 꿈이었다. 여러 사람이 복수심에 가득해 한 명을 산채로 조각내어 땅에 묻고있었다. 피가 난자하고 장기가 훼손되는 처참한 장면으로 비록 온갖 나쁜 짓을 하던 악한 사람에게 되갚아주는 권선징악이었지만, 보는 것도 두려워서 그 자리를 피해 도망갔다. 골목 이리 저리로 도망가는 중에 귀신을 만났다. 공중으로 몸이 둥둥 떠오르는 이미 죽은 처녀귀신을... 따라오기 시작하는데 발이 꼼짝 안한다. 잡히면 죽을 것 같아 공포감에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요즘 내게 무슨 불안이나 미움이 가득했던 걸까? 뚜렷한 기억도 마땅한 원인이 될만한 것은 생각나지 않지만 분명 무엇인가가 마음바닥에 쌓인 것 같다. 평안하고 맑은 기운이 가득하여 감사하며 살 때는 잘 안 그런다. 무엇인가 근심이나 미움이 잔인한 복수심이 되어 탁해졌을 거다. 아님 계속된 독감과 고단한 몸이 약 기운으로 약해졌던지...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어 늘 가위만 눌리면 하는 나의 처방을 했다. 잠들려고 하면 다시 되풀이 되는 꿈을 피하려 생긴 방법, 이어폰을 귀에 꽂고 찬양을 들으며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아예 잠을 포기하고 일어나 앉았는데 바로 눈앞 기둥에 말씀이 나타났다. 무슨 신비한 환상이 아니고 진짜 건물기둥에 걸린 작은 액자에. 해마다 송구영신예배에서 교회에서 주는 한 해의 말씀을 받았다. 주로 책갈피 형태의 코팅된 짧은 성구들이었지만. 올해는 아내가 수술후유증으로 포기하고 아쉬움으로 그냥 넘겼다 그 섭섭함을 하나님이 딱하게 여기신 걸까? 다니던 시골교회 목사님과 사모님이 늘 해주시던 반찬 몇 가지와 교회 달력과 함께 처음으로 작은 액자에 담긴 올해의 성구를 가져왔다. 각 가정별로 이름이 들어갔고 선택한 말씀이 프린트로 들어간 액자. 처음 시도하는 것인데 모두 좋아해서 성도들 가정에 나누어 주었단다. 그 액자를 눕거나 일어나면 바로 보이는 병실 기둥에 걸었다. 막내딸아이가 엄마 수술 때 준 드라이플라워 장미 송이 아래에. “사랑하는 김재식 안정숙 집사님 가정에 드리는 말씀” 이렇게 시작되는 우리 가정에 주시는 올해의 성구는 시편 62편 5절~8절이었다. 특히 8절은 자꾸 고개를 끄덕이며 외우며 담았다.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셀라)” 늘 혼자 이를 악물며 견뎌내려고 살다보니 그 앞에 마음을 토하는 날이 줄었다. 그걸 반기실 하늘 부모가 아님을 알면서도 서운하게 만든다. 그러다가 이렇게 어느 새벽에 된통 당한다. 가위눌리거나 슬픔 가득한 몸부림으로 잠 설치거나... 미안한 마음으로 회개하고 감사를 드린다.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에 힘입어 다시 평안을 회복한다. “주님, 용서하시고 단잠을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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