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세상에 묻히다>
누구 자식인들 안 이뻤을까?
세상에 첫 만남으로 태어나던 그 날에
향기만 가득하고 흠없는 꽃이던 그 날에는 우리 모두도.
세상은 만만치 않아
어느날은 사나운 바람으로 칼날의 추위로
때로는 캄캄한 밤의 외로움으로 닥쳐와
향기를 움추려들게 했다.
해가 나면 해를 따라 기운을 내고
메마른 날에는 갈증에 허덕이며
온갖 강렬한 악취와 죽어가는 공기들 속에 살았다
그렇게 세상의 긴 시간을 버티는 동안
더 이상 꽃일 수 없는 험투성이 생명이 되고
문득 하늘에서 오는 바람 한줄기에 환상을 본다
아주 오래전 가졌던 꽃의 시절을
하지만 이제는 추억처럼 흐려진 상실
향기, 세상에 묻히다.
다시 살아나는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것저것 끄적 > 길을 가는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 사는 것이 반드시 좋은가? (0) | 2018.01.25 |
---|---|
코를 크게 고는 사람 (0) | 2018.01.23 |
김해에서 진영으로 가는 버스 (0) | 2018.01.21 |
시시로 저를 의지하며... (0) | 2018.01.15 |
누가 복 받은걸까? (0) | 2018.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