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간병일기 3331일 - '남편은 아내의 평생 전임 주치의?'

희망으로 2017. 6. 23. 09:42






<간병일기 3331일 - '남편은 아내의 평생 전임 주치의?'>

아침부터 또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순례중이다. 입원중인 병원에서 시티를 찍기위해 조영제 주사를 달았는데... 시티 찍을 병원에 갔더니 다시 하란다. ㅠㅠ 혈관이 약해 터질 수도 있어서. 안그래도 혈관이 안 나온다고 옮겨가며 찔러서 이미 다른 팔에 지혈제 붙였는데 또 새로운 주사관을 달았다. 총 세 곳...

(아, 나는 주사는 정말 싫어 한다. 내가 안아픈게 얼마나 다행이던가? 내가 환자였다면 벌써 나자빠졌을거다!)

아내는 아침 금식해서 배가 고픈데 나도 따라 동참의 의미로 굶으려고 했더니 펄쩍 뛴다. 나는 잘 먹고 기운 내서 환자를 돌봐야한다고. 하기는 내가 아내의 평생주치의다. 기운내야지. 암만! 

돌아보니 참 많은 시간을 아내 병을 돌보며 이것저것 알아보고 데리고 다녔다. 필요한 거 있으면 사고, 갈 데 있으면 데려가서 검사를 받고. 남자들은 한 여자의 전용 주치의가 되려고 결혼이라는 통과의식을 거쳐 평생을 바친다. 딱 1명만 살피고 챙기고 지키는 전임주치의로. 

시티를 찍고 진료를 보고나더니 추워서 덜덜 떨었다. 처음엔 마사지로 풀어주다 도저히 한기가 안풀려 병원에 말해서 이불 한 장을 얻어다 꽁꽁 싸맸다. 이것도 남편 전임주치의가 해야할 일이다. 밥값을 했다. 

그런데 결과가 안 좋다. 다음 날 다시 대학병원으로 더 정밀한 검사를 하러 가란다. 예약까지 해준다. 방사선과 시티 시디까지 챙겨서 예약내용을 메모해서. 

아...이 달에는 병원 순례가 너무 길다. 아직 20일 조금 넘었는데 병원에 입원중이면서도 바깥 다른 병원 6곳에 10번도 넘게 다니고 있다. 일산 암센터 신경과, 안과, 내과, 이비인후과, 치과, 또 다른 대학병원 호홉기내과까지... 비용도 비용이지만 몸이 지친다. ㅠ

이러다간 밥값을 넘어 전임주치의 연봉을 올려달라고 협상용 시위라도 해야 될 판이다. 근데 이 여자의 남편이 누구지? 내가 나에게 뭘 줄 수있지? 흐흐 그냥 전임주치의를 사임이라도 해야하나? 그건 하나님 결재를 받아야하는데 가능할까? 음...

(2008.5.9 - 2017.6.22 맑은고을 병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