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3330일 - ‘잔소리는 질병의 통증을 넘는다!’> 좀 일찍 잠이 들어버린 나를 안 깨우려고 아내는 자기 전 먹는 소변실금방지 약을 안 먹었다. 침대머리도 내려주지 않아 불편한 채로 새벽 3시 넘어 잠들었다던 아내. 기어이 오전 중에 탈이 난다. 속은 울렁거리고 소변은 연달아 새고. 다가온 재활 운동치료도 포기하고 자라고 했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 소변을 빼는 도중에 복통이 오더니 배변이 동시에 나온다. 급하고 당황한 나는 기저귀를 급한대로 채우고 서둘러 아내를 휠체어에 태워 화장실로 갔다. (다른 때는 좌약 넣고 배 두드리고 그래도 안 나와 때로 장갑 끼고 빼는데...) 쏟아지는 가스와 배변, 기력이 없어 그 와중에도 축축 늘어지는 몸도 부축하기 힘든데 마냥 이러고 있을 수도 없어 애간장이 탔다 오후에 있을 치과치료 때문에 중간에 멈추고 머리감기고 다시 침대로 돌아온 나는 녹초가 되어 퍼지려는데... "냉장고 문짝이 너무 더럽다... 좀 닦으면 딸래미 선물이 더 빛날 텐 데" 기어이 참던 짜증이 이때다 하고 확 튀어나왔다. "내가 그럴 여유가 어디 있어? 비상이 걸리고 마음은 콩알만 해지고 스트레스로 지치게 해놓고!" 에이... ㅠㅠ 그런데 말 해놓고 또 안 편하다. 마치 트집을 잡아 심술을 부린 것이 들통 난 것 같아 찜찜하고. 정작 속 아프고 늘어지는 몸 버티는 것도 아내인데. 슬그머니 물휴지 몇 장을 꺼내 퐁퐁을 묻혀 냉장고 문을 닦기 시작했다. "나도 당신 안 아프면 여유 있게 지저분한 냉장고 문짝도 눈에 거슬리게 보았을 거야! 딸래미가 보내준 자석도 반짝 닦은 후에 붙였을 거고..." 그런데... 닦다보니 정말 더러웠었다. 통째로 더러울 때는 잘 몰랐는데 반쯤 닦고 보니 세상에... 너무 차이가 난다. 마치 하늘 반쪽에 먹구름이 끼고 나머지 반쪽은 맑은 날처럼. 에구, 괜히 애매한 사람에게 구박이나 했다. 살림 오래 산 주부들에게 무지 못 볼 상태가 맞았다. "히히, 진짜 더러웠네! 울 딸에게 사진 다시 찍어 보내야겠다!" 민망해서 나는 둘러 댔다. 하지만 아내도 좀 살만 한가보다. 아침나절 죽을 지경이던 상태에서 벗어나니 잔소리가 그 자리를 채운다. (사진 위는 닦은 위쪽과 안 닦은 아래쪽 반반? 사진 아래는 다 닦은 후 딸이 보내온 라인캐릭터 곰의 자석을 붙인 것) (2008.5.9. - 2017.6.21. 맑은고을 병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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