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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히 치르는 대가?

희망으로 2017. 6. 21. 09:13






<톡톡히 치르는 대가? >

갈릴리마을음악회를 행복하게 잘 다녀오고 그 값을 치른다. 그것도 후불로. 근 한달이나 그렁거리며 달고 살던 아내의 호흡기 가래 기침 증상이 아무래도 심해져서 결국 바깥 병원을 가기로 결정했다. 내과를 들러 X-RAY 사진을 찍고 의사의 진단을 듣는데... 

"성대 벽으로 하얀 부분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위 내시경으로 살펴보아야 정확히 알겠는데요" 

마비된 한쪽 폐가 위장을 밀어올리고 있어 위산도 역류하고 그것때문에 염증이 생긴 건지 모르겠다면서. 사진을 보면서 처음 발병할 때의 악몽이 떠올랐다. 사진속 희끗한 부분들이 가져온 엄청난 진단 결과의 기억이 나서.

목이 갈라지고 쇳소리에 심한 가래 등 더 미룰 수 없어 바로 다음 날 위내시경을 포함한 건강검진을 신청하고 병원을 나왔다. 그래도 몰라서 귀속의 피떡을 치료하기 위해 들른 이비인후과에서 목기관지를 또 봐달라고 했다. 

"귀속은 양호하고요. 목기관지는 수분이 없이 많이 말라있는데 약을 처방해줄테니 먹어보세요"

늘 피와 진물이 범벅되어 몇 년을 치료하던 귀속이 말랐고 증상이 나아져있었다. 얼마나 기쁜지 좀 전의 내과에서 받은 불안감이 덜어졌다. 다시 3번째 병원으로 안과를 들렀다. 눈이 잘 안보이고 안약과 인공눈물도 처방 받고 새로 안경도 맞추어야 할 것 같아 안경 처방전도 받으려고.

"안경처방전은 소용없겠네요. 더 나아질 여지가 없어서 새로 안경을 할 필요는 없고요. 그것보다 실명한 눈이 문제가 있습니다. 안구가 자꾸 수축되어 함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얼굴도 흉하게 되고 눈꺼풀도 아래 위가 붙게 되니 안구를 꺼내고(적출) 새로운 의안을 넣는 수술을 하실 준비를 하세요"

아내는 병원을 나온 뒤 계속 그 무거운 권유에 마음이 불편해진 것 같다. 무려 3군데의 병원을 몰아쳐서 검진한 결과가 그리 가볍지 못하게 만든다. 정체불명의 호흡기질환, 안구 적출 수술 권유...

밤 사이 금식하고 아침 일찍 서둘러 검진을 예약한 병원으로 갔다. 무려 3시간 반이넘어가는 검사 또 검사에 아내는 녹초가 되고 말았다. 기본적 피검사 소변 검사 뭐 하나도 몸이 불편한 장애자에게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자궁경부암, 유방암, 갑상선초음파, 위내시경까지 장장 4개분야의 암 검사까지 하는 동안 대기와 이동으로 거의 졸도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거 아무래도 판독이 어렵네요."

위내시경 화면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아내와 불려 들어간 내과과장의 설명을 듣는동안 난감해졌다. 문제는 식도가 아니고 기관지쪽. 간신히 잡힌 화면으로는 혹인지 염증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며 다음 단계로 확인할 방법을 설명한다. 염증으로 인한 가래 등이면 다행이지만 만약 기관지내 혹이라면 CT촬영이나 대학병원으로 가서 기관지 내시경을 해야만 확인이 가능하다고. 

"일단 약을 먹으면서 열흘 정도만 지내보고 나아지지 않거나 더 심해지면 바로 정밀검사를 받으세요"

안구 적출 수술 권유의 바위를 안고 무거워진 아내에게 또 하나의 바위가 더 보태졌다. 무려 이틀에 걸친 다섯 곳의 외부 병원 검사와 결과에 병실로 돌아온 아내는 종일 쓰러져 잠에 빠졌다. 아침은 굶고 점심은 누룽지 두어 수저로 끝낸 채 계속...  결국 이틀 내내 재활치료는 포기했다.

앞으로 열흘, 어떻게 진행이 될지 잘 모르겠다. 넘고 넘어도 몰려오는 파도를 놀이삼아 보내는 휴가중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십년째 물놀이는 지치겠지만...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도 미안하고 딱해서 들어오는 길에 옷가게를 들렀다. 기분 전환 해주고 싶어 두어개 입어보고 티셔츠 하나 사서 입고 왔다. 안경 새로 해주려고 마음 먹은 비용이 물건너가는 바람에 겸사로. 

좋은 일 뒤에는 늘 그랬다. 좀 힘든 일, 돈 나갈 일 생기곤 했던 법칙. 그래도 너무 심한 상황으로는 안갔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는 버티는 힘이 예전같지 않은데...

그래도 이 와중에 감사한 것은 늘 병실에 달린 CCTV(?) 를 보고 필요한 것을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백만원이 훌쩍 넘어간 이미 나간 치과치료와 그 절반 정도로 이틀동안 지출된 치료비를 미리 보내주셨다. '세상에 무섭다...' 그러며 아내와 감사를 드렸다.

그래도 남은 고단함을 또 풀어주러 하나님은 사람을 보내셨다.  저녁 식사직전에 한동안 소식이 없던 선한목자교회 고마운 여동생같은 사진작가가 문병을 왔다. 손에 커피를 3잔이나 들고 와서 골라 먹으란다! 1년여만에 멀리서 와주었다. 웃고 이야기하다보니 바위돌 같던 기분이 솜까지는 아니지만 조금 부드러워졌다. 이또한 하늘이 보내주신 근심중 기쁜일? 고맙게도.

(위 사진을 찍어준 고마운 친구, 이현경씨가 힘든 날 저녁에 불쑥 와주었다. 마치 알고 온 것처럼, 누가 보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