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병일기 3057일 - '소원...이루어지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여보 나 배...” “엥? 방금 소변 뺀 지 30분밖에 안되었는데 또? ..." 예전에 간병일기 책을 냈을 때 출판사에서 나에게 ‘3시간 남편’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다. 사실로 살아가는 내 형편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로. 나중에 CBS 기독교방송 ‘새롭게하소서’에 방송 나갈 때 그 별명으로 애니메이션 예고 동영상을 만들어서 소개도 했다. 그랬다. 평균 3시간, 하루 7-8번을 아내 소변을 고무호스로 빼며 살아야 했고. 그래서 나는 발목을 잡혀 아무 외부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무려 8년이 넘도록. 심지어 아이들 챙기지도 못하는. 그런데...아내의 중증대사장애는 점점 나빠져 배변으로 날마다 한 시간 이상을 씨름하고, 소변은 하루 평균 10번 안팎을 넘어 가더니 이제는 방광염증이 자주 생겨 하루 15번 가까이 빼기도 한다. 조금만 차도 배가 아프고 식은땀이 난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방광염이 오면 소변을 담고 참지 못해 새버리는 실금으로 욕창까지 오기에 얼른 얼른 뺀다. 말이 10번에서 15번이지 어느 때는 1시간에 3번을 빼야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그러니 조금만 길게도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이게 사는 건가 싶다. “에이, 확!... 세상을 부셔버리고 싶다.” 10번을 아무 생각안하고 해결하다가도 1번을 못 참겠는 순간이 있다. 세상을 때려 부셔버리던지 지구가 행성과 충돌해서 가루가 되어버렸으면 싶은 분노와 충동이 울컥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가장 힘든 건 잠 못자거나 외출 못하는 나보다 소변 찰 때마다, 배변 안 나와서 배 아프고 불편해지는 아내다. 내 속상함보다 10배 100배로... 그 마음이 짐작되면 물거품처럼 분노가 사라진다. 비록 그 자리를 서글픔과 고단함이 채울지라도. 화재경보기가 고장 나서 오작동으로 대피할 때도, 북한이 남한을 불바다로 만든다고 미사일을 날릴지 모른다는 뉴스를 볼 때도, 최근 지진으로 처음에는 철렁 가슴이 내려앉았다가 두 번째 세 번째는 ‘뭐 오던지!’라며 받아들이고 기다리기조차 했다. 내가 혼자 작정하고 나쁜 결정하는 것 아니고 모두가 겪는 속수무책 천재지변이나 불행으로 세상을 종지부 찍는다면 한 편 죄책감도 벌도 안 받을지 모르니까 하면서 그랬다. 그것도 소원이 될지는 모르지만 소원처럼 은근히 담게 되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소원 들어주지 않으셨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한 번도! 그러니까 이렇게 별 생각도 다 하고 소원 안 들어주셔서 고맙다는 모순도 생기는 것이다. 소원. 그거 참 애매하다. 다 이루어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인지, 혹은 안 이루어지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 하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불행을 자초한 어리석은 형제들의 소원 이야기. 이 이야기로 미루어보면 틀림없이 그렇다. [어느 마을에 세 아들을 둔 부자가 있었다. 위로 두 아들은 욕심이 많고 무지 게을러서 빈둥거리며 살았다. 가장 막내인 셋째아들에게 늘 일을 시키고 미루고 그랬다. 나이가 많아진 아버지가 곧 세상을 떠나게 생겨서 세 아들을 불렀다. 그리고 마을을 다스리는 촌장과 이웃들을 증인으로 함께 부른 자리에서 말했다. “아이들아, 이제 곧 내가 세상을 떠날 것 같구나. 너희들에게 이 아비가 가진 것을 나누어서 물려주고 가야겠다. 원하는 것이나 소원을 말해보도록 해라. 무엇이든지 들어 주마“ 욕심이 아주 많은 큰 아들은 아버지가 가진 넓은 땅과 가축을 모두 달라고 했다. 무지 게으른 둘째 아들은 큰 집과 그 집에 쌓인 재물을 모두 달라고 했다. “알았다. 그렇게 하도록 하마, 이 일에 다른 분들이 증인이 될 것이다!” 그러고 나니 셋째 아들에게는 돌아갈 것이 별로 없어보였다. 빤히 보이는 모든 재산을 두 형님들이 싹쓸이로 가져가는 것을 본 셋째아들은 이번에는 더 참을 수 없었다. “아버지, 제게는 형님들을 노예로 주시기를 빕니다.” 늘 괴롭히는 두 아들 때문에 막내의 앞날이 걱정스럽던 아버지는 셋째의 지혜에 감탄했다. 그리고 속으로 ‘아, 이제는 마음을 놓고 세상을 떠날 수 있겠구나!’ 하며 안도했다. “그렇게 하겠다! 이 일에도 마을 분들이 증인이 될 것이다.” ] 돌아보면 나도 참 자주 소원을 빌었다. 아내가 아프면서 더 많아졌지만 그 전에도 있었고, 나만 아니라 안 아픈 다른 사람들도 많이 빈다. 대개는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빗나가는 경우가 많고 이루어진 경우도 애당초 소원보다 줄거나 조금은 다른 경우가 많다. 어떤 때는 소원보다 더 잘되기도 하지만 그건 아주 드물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소원이 비는 것마다 자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싶었다. 어쩌면 세상이 이 정도라도 조화를 유지하며 존재하는 것은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빌어대는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 않았기에 가능하였을지 모른다. 행여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 전부 이루어졌다면? 아마 사람들 대부분이 벌써 망하거나 세상이 괴물들로 찬 지옥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끝없는 욕심과 서로 충돌하며 빼앗아대는 본성을 예상해보면. “하나님! 앞으로도 감정 따라 빌어대는 온갖 소원을 흘려 들어주시고 그저 꼭 필요하고 유익한 소원만 살피셔서 이루게 해주세요. 저도 제가 비는 소원에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에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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