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길까요?>
예전에 많이 유행하던 넌센스 유머에 이런 게 있었지요.
“흑인과 백인이 싸우면 누가 이낄까?”
또는 “여자와 할아버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로.
정답은...‘힘센 사람’이었지요!
오늘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1998년 합본호를 읽다가 문득 기억났습니다.
(에구, 이제 1999년 한권밖에 안 남았네요. 2000년부터는 게시판에서 다 읽었고요.
뭘 읽으면서 웃고 울고 주먹 쥐고 일어서!를 한다지요? 흐흐)
5월호 바실레아 슐링크의 ‘병상의 보화’라는 글을 읽는 중에 그런 말이 나왔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질병을 허락하시고 말씀하십니다.
“지금 인내를 연습하라. 그러면 이후에 너는 어떤 괴로움이나 고통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또한 모든 질병은 우리를 구원으로 축복으로 이끕니다. 질병 안에 감추인 보배는 너무나 많아서 다 열거할 수 없습니다. 우리 자신이 아프고 몸이 불편할 때 비로소 다른 아픈 사람과 불편한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고 동정할 수 있게 됩니다.]
어디 질병의 경우만일까요? 실패와 이별과 고립 등 모든 힘든 경우가 해당되겠지요.
저는 직접 아픈 당사자가 아니지만 아내 곁에서 9년을 간병으로 같이 보내는 동안 그랬습니다.
사실 이 책과 이 글은 아주 오래 전에 읽고 가슴 깊이 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독일 다름슈다트로 가서 바실레아 슐링크님이 세운 기독교마리아 자매회를 두 번이나 방문해서 같이 예배도 드리고 사과밭과 기적의샘도 걸었습니다. 맛있는 식사도 대접받았고요.
그럼에도 십년이 한 번 지나고 두 번 지나면서 까먹고 현실에 뭍혀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제 그때의 깨달음과 각오에 한 가지 경험을 더 보태 이 말씀들을 묵상합니다.
질병을 포함한 많은 고난에 마주치면 사람들은 두 가지 중 하나의 길을 걷습니다.
이 ‘병상의 보화’처럼 하나님께로 더 다가가는 하나의 길과,
아예 완전히 등 돌리고 멀리 도망가서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수렁의 길입니다.
중간의 생활을 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 중간의 삶은 행복하거나 적어도 불행하지는 않은 사람들이 쉽게 가는 길입니다.
지독한 시련은 도저히 그런 애매한 상태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축복인지도 모릅니다.
성경에서도 말하는 ‘차지도 덥지도 않으면 내 뱉으리라!’는 경고를 피하니까요.
그런데 저를 돌아보니 참 애매합니다.
그 두 가지의 길을 왔다 갔다 하며 버티고 있어보여서...
가까이 다가가기도하고 종종 돌아누워 투정도 부리고 외롭다고 힘겨워도 합니다.
그만두는 길은 없을까? 쉬운 길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차갑다가 뜨겁다가...’ 이런 경우는 하나님이 어떻게 하실까요?
공동체로 살려고 여러 사람들이 십여 년 쯤 애쓰다가 느낀 한 가지 현상이 있습니다.
그건 꼭 신앙공동체에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직장이나 가정에도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 중에 누군가 적극적이고 밝은 기운을 보이면 모두가 그 영향으로 씩씩해집니다.
아침부터 기쁘고 평안하고 서로 배려하며 좋은 아이디어와 몸 노동도 꺼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누군가 한 사람만 우울하고 신경질적이고 불편하면 그 기운은 모두를 예민하게 만들어서 기어이 한참 뒤에는 일이 터집니다. 갈등을 부르고 많은 일들이 힘겨워집니다.
좋은 바이러스 나쁜 바이러스 이론이 그래서 나왔을겁니다.
여기서 퀴즈요!
만약에 그런 주동적 기운을 가진 반대되는 두 사람이 동시에 있으면,
그 공동체의 하루는 어찌 될까요?
정답은...공부 잘하시는 분들은 아마 위에서 힌트를 찾을겁니다.
‘힘센 쪽이 이깁니다!’
더 힘센 쪽으로 영향을 받아서 흘러갑니다.
저도 날마다 그 주인공이 되려고 가족 사이에서, 병실안에서 애를 씁니다.
바실레아 슐링크님과 성경과 하나님의 충고를 귀담아 듣고 믿으면서요.
늘 잘되지 않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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