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내지르기만 하는 사람, 담고 사는 사람

희망으로 2016. 6. 26. 07:35
<내지르고 사는 사람, 담고 사는 사람>

정말 미치겠다.
병실에 하루 종일 뭐든지 내지르며 사는 스타일의 간병인 아주머니가 있다.
무슨 사소한 일만 생겨도 그것에 대한 자신이 아는 모든 걸 일장 토로를 한다.
때론 니들은 모르지? 하며 알려주는 것처럼, 때론 판정을 내리는 법관처럼 시시비비조로, 
또 때로는 화가 나거나 슬프다는 식으로 감정을 토해내고... 
훈계조로 짧지도 않게 구구절절 길어지면 귀를 막고 싶어 못 참을 지경이다.

그런 사람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이 담고 살면 병나는 법이여! 할말은 하고 살아야지"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 내지르고 속 후련해서 사니 속병이 날 이유가 없어보인다.
그런데 알려나? 정작 주위의 사람이 병나게 생긴다는 걸.
만약 그 사람이 시어머니거나 직장 상사거나 교회 어른이거나 남편이라면,
그 괴로움과 고역은 가히 시달림의 수준이 될 것이고 병나지 않을까?
내가 당해보니 충분히 그렇다. 

또 다른 스타일의 사람중에는 담고 사는 사람이 있다.
늘 조용하고 빨리 화를 내지 않고 남의 한마디에 자르고 들어가 열마디씩 하지 않고,
주로 들어주는 쪽이 되는 사람.
큰소리나 보복보다는 기껏 미소정도나 내놓고 오래 생각해서 천천히 대답을 한다.
아내가 그런 편이다. 그런 사람 속병이 잘 난다고 하는데 아내도 그래서일까?
위가 약하고 오래된 슬픔이나 소화시키지 못한 힘든 기억들이 덩어리처럼 안에 있었다.
주로 남들에게는 좋은 소리를 듣는다.
"참 착하다, 어질다, 다른 사람 심정을 잘 헤아려준다." 등등

이것이 무슨 흑백이나 자석의 양극처럼 이분법으로 딱 맞지는 않지만 비교적 그렇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을 본다.
말이나 감정, 대인관계에서 다르게 보이는 그 현상이 한 분야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나더라는.
뭐든지 내지르는 사람 스타일의 사람은 속에 뭐가 오래 남아나지 않는다.
생각도 담고 무르익어야 사상이 되거나 듬직한 결론이 되는데 늘 내보내는 사람은 그게 없다.
그때 그때 바깥 현상마다 다르고 누구를 만나 어떤 일이 생기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데...재물이나 나눔에 대해서는 정반대인경우를 종종 본다.
오히려 담고 사는 스타일의 사람은 남의 처지와 나눌 필요를 외면 못해서 내준다.
아무래도 속에 오래도록 남기때문에 쉬 잊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내지르는 스타일의 사람은 남의 슬픔이나 고단한 처지도 담아놓지를 못해 쉬 등을 돌린다.
늘 털어버리고속 후련히 다리뻗고 단잠에 잘드는 장점이 이때도나와서 그런가보다.
그래서 담고사는 사람은 또 착하다는 소리를 듣고 내주곤 빈손으로 산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잠잠히 돌아보니 참 고약한 사람이다.
남들은 담고 살아가는 스타일이기를 바란다.
내지르고 사는 사람에 치이고 데여서 시끄럽고 참기가 힘들다.
그래서 내 주위에는 깊이 담고 생각하고 조용하게 사는 스타일의 사람만 있었으면 싶다.
아내가 그런 편이다보니 참 좋았다는 경험까지 더 거들어서 확신에 주장까지 힘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정작 내 자신은...
아무래도 내지르고 사는 축에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단 1%라도 더 그쪽으로 기우는.
에구...민망하고 이기적 배신자다. 나는 '바담 풍'도 자식들에게는 '바담 풍'해라 하고 가르치는.
남이 듣기는 앞 뒤 둘다 '바담 풍' 으로 똑같은 발음인줄도 모르는 한심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내지르며 사는 사람인지 담고 살아가는 사람인지.

하나님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을 좋아할까?
늘 듣기를 먼저하고 담고 하나씩 실천하며 순종하고 따라오는 사람을 좋아할지
뭐든지 내 생각과 내 소원을 먼저 요구하고 잠자코 나를 돕기만 하라면서
내 스타일대로만 평생 살아가는 사람을 좋아할지...

이 아침에 내지르기만하는 병실의 저 아주머니가 내 반면교사가 되어주는 복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