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헤어짐이 서러워...>

희망으로 2016. 7. 6. 09:12

<헤어짐이 서러워...>

내가 기억에서 지워버리면...
그 대상이 물건이든지 사람이든지 
혹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있는 것 일까? 없는 것 일까?
산 것 일까 죽은 것 일까?

추억도 힘이 된다면 
그것은 늘 기억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산울림의 노래 '독백'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지만 헤어짐이 서럽다고...

내가 누군가에게서 완전히 잊혀진다면
나는 그에게 죽은 사람과 다름없다.
모두에게서 잊혀진다면 나는 세상에서 죽은 사람과 다름없고
살아있어도 의미가 없다.

누구에게서 잊혀진다는 것은 
그래서 죽어서 사라지는 것보다 슬프다
비록 죽더라도 누구에겐가 기억되고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면 그는 헤어지지 않았다.

남들속에서 치여 괴로운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나 혼자 좀 있게 해줘'라고...

혼자 지내던 사람은 괴로운 일이 있으면 이렇게 말한다.
'누가 같이 좀 있어주면 좋겠어'라고...

혼자 있고 싶은 사람과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은 사람 중 누가 더 힘들까?
아마도 내 생각엔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일거다.

때론 죽는거 보다 힘든게 사는 거고,
그 사는거 보다 더 힘든게 살면서 생기는 헤어짐이다.

어릴 때 명절만 되면 난 예외없이 한번씩 울었고 혼났고 그렇게 넘어깄다.
할아버지의 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장손으로 이어진 집안은 명절은 큰 모임이었다.
보통 삼일에서 오일정도까지 손님이 집에 바글거렸다.
밤마다 주안상에 화투놀이에 이방 저방 웃음소리로 날을 새우길 예사였다.
그런데 명절 끝나는 날 학교를 다녀오면 집안은 빈 절간처럼 텅비어있었다.
어른들도 사촌들도 다 떠나고 썰렁한 집은 숫제 외로움을 넘어 통곡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마음으로 짜증을 부리다 여지없이 혼줄이나고,
혼난 김에 한바탕 실컷 울고나면 명절하나가 넘어갔다.

헤어짐이 없는 사람이 없고 그로 생긴 상처가 없는 사람이 없다.
집에 키우던 강아지도 죽으면 땅에 묻고 돌아 오는 길이 무겁다.
사람을 떠나보낸 헤어짐이야 말로 할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힘든게 실연의 아픔일게다.

한쪽에서 좋다는데 다른 한쪽에서 싫다 그만보자 선포한다.
쿨하고 오기있게 '그래!'하고 툭툭 털고 돌아서면 멋있다 그런다.
그러나 그건 정말로 좋아한 사람이 아니다.
진심으로 좋아하면 버림받는다는 서러움이 보통 힘들지 않기 마련이다.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헤어짐이 얼마나 가슴을 에이는지 경험한 사람만 안다.
그래서 오히려 이별보다 죽음이 가벼워져서 자살도 한다.

'나 혼자 눈감는건 두렵지않아 헤어짐이 헤어짐이 서러워...'

서로 마주보며 같이 있기를 바라는데 헤어지는 부부간의 사별이 
사람 사는 중에 가장 큰 충격으로 남고 힘들게 한단다.

나도 헤어짐이 서럽다. 
난치병 중증환자가 된 사랑하는이와
날마다 하루씩 그 이별을 예감하며 미루고 살아가고 있다.
십년에서 조금 빠지는 긴 날들을 아내를 돌보며 버티고 왔다.
차라리 같이 있을수 있다면 죽음도 참을만 한건 아닐까?
하루씩 헤어짐이 다가온다. 실연도 아닌데...

자꾸만 속에서 저 혼자 올라오는 노랫말.
산울림의 '독백'이 독하게 쓴 술 한모금 같다.

[어두운 거리를 나홀로 걷다가 밤하늘 바라보았소 어제처럼 별이 하얗게 빛나고 달도 밝은데오늘은 그 어느누가 태어나고 어느누가 잠들었소거리에 나무를 바라보아도 아무말도 하질않네어둠이 개이고 아침이 오면은 눈부신 햇살이 머리를 비추고해맑은 웃음과 활기찬 걸음이 거리를 가득 메우리하지만 밤이 다시 찾아오면 노을속에 뿔뿔이 흩어지고하릴없이 이리저리 헤매다 나 홀로되어 남으리야윈어깨 너머로 웃음소리 들려 돌아다보니 아무도 없고차가운 바람만 얼굴을 부딪고 밤이슬 두눈 적시네나혼자 눈감는건 두렵지 않으나 헤어짐이 헤어짐이 서러워쓸쓸한 비라도 내리게 되면은 금방 울어버리겠네]

산울림의 독백 나 혼자 눈 감는 건 두렵지 않으나, 헤어짐이 헤어짐이 서러워...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