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아이들의 몰입, 어른들의 몰입

희망으로 2016. 6. 27. 21:47

<아이와 어른의 다른 몰입>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비와 함께 찾아온 기적이라는 영화에서 아이 유우지는 아빠와 축제에 갑니다. 그곳에서 여자친구를 만난 유우지는 순식간에 여자 친구의 손을 잡고 아빠를 뒤로 남겨 두고 앞만 보며 뛰어 가버립니다. 정신적 장애를 가진 아빠는 아이를 찾느라 군중 속을 헤치고 뛰다가 쓰러집니다.

 

영화에 대해서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어디서나 일어나는 평범한 아이들의 특성을 보았고 그 몰입에 대해서 말하려고 합니다. 그런 순간적이고 전적인 몰입이 아이들을 도로에서도 뛰게 하고 위험한 장소에서도 뛰게 해서 종종 다칩니다. 발육의 미완성 시기라 시야가 좁아서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의 특성인 몰입도가 강해서입니다.

 

반면 어른들은 어떨까요? 참 조심스럽습니다. 앞을 보면서도 옆과 뒤를 동시에 생각하기도하고, 무엇에 빠지기보다는 주춤거리며 살피고 거듭 재어봅니다. 아이들은 그런 어른과는 다르게 가진 것을 몽땅 아낌없이 누구에게 주거나 그 반대로 아주 사소하고 작아 보이는 것도 빼앗기지 않으려 싸우고 움켜쥐기도 합니다.

 

아이에게는 그것은 전부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람이거나 상황에서는 주는 것에 대한 아까움 같은 복잡한 심정을 남기지 않고 대상에만 몰입합니다. 반면 어른들은 내일도 생각하고 또 다른 누구에게도 주어야하고, 어쩌면 주면서도 그 대상을 전적으로는 믿지 못해 거의 본능적으로 주춤거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보는 깊이를 어른들은 못 보기도 하고, 아이들이 느끼는 정도만큼을 어른들은 못 느끼기도 합니다. 어느 것이 더 낫고 덜 나은지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장단점이라기보다는 다른 세계라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가지는 발상을 어른이 되면서 대부분 하나 둘 잃어버립니다. 자발적 상실인지도 모릅니다. 어느 것도 전부가 될 수 없고 누구도 모든 것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경험과 학습의 결과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점에서는 안타깝고 불행하며 어떤 점에서는 세상에 내보내고 마음을 놓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현상입니다.

 

성경에서는 너희가 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 천국은 아이들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분명히 이 현실세상, 땅위에서 몸으로 사는 동안은 필수불가결한 어른의 삶의 방식도 천국에서는 별로 값어치를 인정받지 못 하는가 봅니다.

 

간혹 천재나 뛰어난 예술가가 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을 봅니다. 창의력이나 발상, 순수함 그런 점에서 말입니다. 또 너무 위대한 성자나 헌신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서 아이들과 같은 성품도 봅니다. 나눔과 희생, 목숨까지도 양보하는 등.

 

몰입을 방해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걱정하는 태도. 너무 많은 날들에 대한 염려나 불안감 또한 그런 장애요인입니다. 오직 한 가지를 바라보며 나머지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버린 사도 바울에게서 몰입의 대표적 삶을 봅니다. ‘나와 같이 가자!’ 는 예수의 말 한마디에 오랜 생업과 가족 친척의 연줄도 접고 따라 나선 베드로에게서도 봅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고향을 떠나 길을 나선 아브라함에게서도 봅니다.

 

하나님은 먼 미래도 아니고 내일 양식에 대한 걱정도, 내일 입을 옷 걱정도 접으라고 하십니다. 오늘에 몰입 하라시는 하나님의 권유입니다. 잘 안 내켜도 따라야한다는 점에서는 명령인가요? ‘원수 갚는 것은 내가하겠다라며 남들에 대한 미움도 접으라는 것은 오직 유익하고 건설적인 삶에만 몰입하라는 것 맞지요?

 

그런데...내 모습을 돌아보니 낭패입니다. 어른스러워도 너무 어른스러워졌습니다. 좋은 장점보다는 별로 안 좋아 보이는 부분이 특히 더 그렇습니다. 하지 말라는 염려, 접으라는 욕심, 버리라는 복수심 미움들... 잘 안됩니다. 마치 아나니아와 삽비라처럼 끝없이 어느 주머니엔가는 내일 모레를 위한 돈을 얼마쯤 숨겨놓고 시침을 떼어야만 안 굶어 죽을 것 같이 불안합니다. 하나님이 믿음직하지 않다는 것은 정말 큰 불신 죄라는데도...

 

끝도 없이 바꾸어가며 미운 사람 미운 행동은 내 평안을 종일토록 갉아먹습니다. 야금야금, 불그락 푸르락 부글부글... 원수도 사랑하라는 말은 고사하고 원수도 아닌 생판 모르는 사람들의 말과 하는 모습까지도 내 스타일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말입니다. 여기저기 몸의 구석마다 아픈 곳이 교대로 괴롭힙니다. 그렇다고 서너시간이나 이삼일 안에 죽을 정도는 분명 아닌데도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심히 무겁고 우울해집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에, 유익한 권유에 몰입하지 못하는 비 신앙적 어른의 내 모습입니다. 날마다 오늘도 여지없이 질척거린 꼬라지입니다. 이 기분 나쁜 평가들이 다시 더 침울하게 만듭니다. 악순환이지요. 어디 아이 같은 성품과 순수함으로 몰입을 하게해주는 약 파는 곳 없을까요? 한 번 먹으면 하루가 아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 가르침에 몰입해서 쓸데없이 분산된 잡념을 깡그리 잊어버리게 하는 그런 약.

 

하루씩 산다고 각오하고 시작하는데도 하루 삶에 지치는 것은 분명 엉뚱한 몰입 때문입니다. 유익한 몰입이 아닌 무익한 몰입,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에 쪼개어 시달리는 그런 포로된 집착입니다.

 

하나님, 저를 좀 구해주세요. 한 곳만 보게, 한 나라만 향해 길을 가도록 몰입하게 해주세요. 이 괴로움들이 더 이상 육신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못하도록 펜스를 좀 쳐주시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