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적응하지 않기를 빌면서>
.
적응을 하면 모든 것은 사라진다.
좋은 점은 불행도 사라지는 것이고
나쁜 점은 행복도 사라진다는 것.
무엇이든 적응을 하기 시작하면 친숙해지고
아무리 불편하던 것도 그런데로 지낼만 해진다.
슬픔도 줄어들고
분노도 줄어들고
그리고...
그리움도 줄어든다.
.
고심끝에 내가 선택한 기도는
무엇에든 완벽한 적응을 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
어떤 것은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게 해달라는 것.
무지 고마운 선물도 받다가 당연해지고
많이 미안하던 것도 시간 흐르면서 당연해지는
그런 뻔뻔한 적응이 많이 싫다.
.
그래서 손모으고 빌어본다.
아침에 헤어진 사람도 지금 막 만난듯 반가워지고
열 번을 신세를져도 처음인듯 많이 고마워하고
아침 저녁 지나며 보는 길가의 꽃도 또 탄성을 지르게.
필요하다면 기억상실증에 걸려도 좋다는...
.
모든 슬픔과 기쁨이 강도가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모든 것이 익숙해지면서 모든 것을 잃는
지옥이 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예감이 들어서
그렇지 않도록 해달라고 빌어본다.
오늘도 자고나서 눈을 뜨면 모든 것들이 새롭기를
모든 사람이 반갑기를,
모든 일들이 신기하기를,
날마다 기쁨과 슬픔이,
고마움과 원망조차 새롭게 충만하기를!
.
(멀리 가서 학업을 하는 딸이 어버이날에 오지 못해 미안하다며
유리병까지 잘 포장해서 우편으로 보내온 꽃이다.
꽃이야 어느 날에는 어쩔 수 없이 시들겠지만,
꽃이 진다고 이 고마움과 기쁨까지 사라지지 않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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