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저승사자가 다녀갔다 - 2>

희망으로 2015. 3. 20. 23:50

<저승사자가 다녀갔다 - 2>

 

아는 분이 저승사자가 다녀갔다라고 장기 환자 조사를 당한 내 글을 보았다.

그 분도 같은 지역 공무원이시라 병원을 다녀가신 분을 찾아 우리 사정을 말씀드렸다고 문자가 왔다.

고맙다. 그리고 혹시라도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신 일이 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참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정말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꼭 병원생활을 해야 하는 내용이 어떤 걸까?’ 하고.

 

- ‘병원생활이 재미있어서?‘ 아님 밥 주고 재워주니까?‘

 

설마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겠지? 아니다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해서 부러워하거나 우리를 불순하게 보는 사람 있다면 내가 도와주고 싶다.

그 사람의 배우자나 자식 부모 중 한 명을 팔다리 하나를 부러뜨리든지,

아니지, 그 정도로는 오래 못 간다. 폐를 한쪽 작살내서 숨차서 밥도 못 먹고 앉아 있지도 못하게 하거나 걷지도 못하게 해주겠다.

혹시 좀 모자라 보이면 오줌보도 망가뜨려서 소변도 못 보게 해줄 수 있다. 그래야 내 처지랑 비슷하니 공정한 판단을 해볼 거다.

잠시야 병원에서 쉬는 마음을 즐길 수도 있지만 7년을 넘어 8년 쯤 보조 침상에서 자고 일어나보라. 그래도 재미가 있을지... 온 몸이 망가지고 자유도 없이 붙잡혀서 지내고도 즐겁다고 한다면...그 날로 나는 꼬리를 내리고 병원을 나갈 것이다. 나가서 1년을 살든지 못살든지.

 

혹시 보험금을 타 먹으려고?’

 

실재 병원을 수십 곳 떠돌면서 그런 경우도 여러 번 보았다. 교통사고의 경우만이 아니라 일반 질병보험도 입원일수가 120180일 동안 돈이 꽤 나오는 사람들.

해마다 정기적으로 그 기간만큼 입원하는 걸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100원짜리 동전하나 나오는 것 없다.

아내도 아프기 전 보험이 하나 있었다. 딱 두 달 치 60만원 받아본 것이 전부다.

아내가 보험에 의존하는 것은 비신앙적이라고 나를 닦달해서 해지해버렸다.

그때 아내는 정신분열 환청에 시달릴 때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끝!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런 불순한 수입 욕심으로 병원 생활하는 동기도 없다.

그러니 제발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답답한 색안경 쓰고 헛소리 좀 하지마시라.

 

그럼 왜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둥둥 유람선이나 유목민처럼 떠돌면서 살아야 할까?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자.

 

아내는 자가면역질환의 한 종류인 다발성경화증이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나쁜 상태로 된통 얻어맞았다.

그래서 진단서에 사지마비확정을 받았다. 목도 가누지 못할 만큼 중한 상태로

그렇게 3년을 넘게 침대에서 먹고 대소변 용변까지 보았다.

대한민국 최상위병원 삼성병원 진단서에 엄연히 인쇄되어 있는 것이니 엉터리는 아니다.

스스로는 운동을 할 최소한의 배터리도 날아가버린 상태니 남이 시켜야 한다.

안 하면? 시간 별로 걸리지도 않고 곧바로 근육들이 모두 없어진다.

그것은 혈액순환이나 소화기관 호흡기관 등 각종합병증을 부르고 후유증을 남긴다.

 

물론 죽든지 살든지 알아서 집에서 가족들이 하라고, 국가가 알 필요가 뭐 있냐?

그러면 할 말이 없다. 그러지 않고 유지하거나 조금이라도 호전을 할 길이 있다면 해야 한다.

그 차원이라면 재활병원의 전문적인 치료사들에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치료 받아야 한다.

 

- ‘그럼 집에서 생활하면서 외래로 재활치료를 받으면 되지 않냐고?’

 

안 된다. 내용은 이렇다.

아내는 소변과 배변을 담당하는 신경이 모두 마비되어버렸다.

스스로는 나오지도 않고 방광에 차면 이틀 정도면 죽는다.

밥을 안 먹을 수도 없고 약을 먹으려면 최소한의 물도 마셔야하니 이틀이면 3000씨씨정도는 찰거다. 그럼 과반사로 숨이 막혀 죽거나 신장으로 역류해서 독성으로 부패할거다.


지금도 병원에서 제공하는 넬라톤 카테타라는 인공호스로 3시간마다 빼면서 견딘다.

무려 7년째... 나을 가망성이 없다. 신경은 한 번 망가지면 영원히 살아나지 못한다.

불규칙할 때는 한 시간마다 연속으로도 나온다. 누가 그걸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전쟁 중에도 오줌똥은 못 피하고 누고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럼 급하게 되면 치료받다가 집에를 뛰어갔다 와야 하나? 무슨 슈퍼맨도 아니고...

병원 건물 지하주차장이나 옥상에 방을 만들어 살지 않는 다음에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소변주머니를 차고 살면 되지 않느냐고?’

 

그리 쉬우면 뭔 문제일까, 그것도 안 되는 이유가 있다.

물론 아내도 장거리 외래 검사를 가는 날이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소변주머니를 찬다.

그러나 계속 차고 생활하지는 못한다. 방광에 염증이 계속 생기기 때문이다.

아내는 계속적인 피검사를 통해 항암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으며 재발을 예방하고 있다.

그 주사는 면역억제제다. 약도 그렇게 먹었고. 그것은 다른 병균들에 취약해진다.


항암주사가 대개 다 그렇고 자가면역질환 종류의 치료제가 많이 그렇다.

그러다보니 걸핏하면 열이 3839도로 올라서 항생제 주사를 달고 살았다.

그런데 자꾸 내성이 생겨 약을 바꾸어야 했다. 마지막에는 대한민국에 하나만 남았었다.

그 약마저 내성이 생기면 비상시에 쓸 약이 없다고 그냥 버텨본 적도 있다.

그래서 부득이 차고 있는 소변주머니를 못하고 3시간마다 빼는 방식으로 산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생각해보라.

왜 환자나 보호자나 다 편한 방법을 두고 하루 종일 묶여서 사는 길을 택하는지,

병원이 바보도 아니고 소변 주머니 한 달에 두 번만 바꾸어주면 편할 일을 안 할까?

돈도 더 비싼 넬라톤카테타 도뇨관을 한 달 내내 공급하는 방법으로 선택하는지를.

 

참 답답하다. 그러니 그저 시간으로 몇 년 이상이면 퇴원 대상! 이러고 조사를 다니지.

병원 입원이 한 달도 필요 없는 사람도 있고 십년이 필요한 사람도 있는 법이다.

물론 조사를 하겠다고 사람이 나왔으니 아주 책상업무만은 아니겠다.

하지만 510분 만에 자료도 보지 않고, 이야기로 파악이 되다니.

또 그 보고서로 퇴원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니 참으로 놀랄만하다.

프로중의 최고 프로이거나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거다.

 

하기는 장애진단 이의신청을 낼 때 3년이나 치료를 담당한 의사선생님이 아내의 장애등급 5급 판정을 듣고는 이건 아니다 라며 자기가 한 번도 발급해보지 않은 소견서를 다 작성해주셨다. 아직도 그 소견서를 나는 가지고 있다. 언젠가 항의를 하려고.

 

참고로 그 의사선생님도 장애등급 이의신청 조정협의회에 나가시는 분이다. 의사 3명 중 한명으로, 서울 경기도 쪽 건강공단에.

그래도 과감히 무시하고 이의신청을 변경 없이 그대로 5급 판정을 내려서 우리에게 통보한 건강공단이었다. 뭔 말이 더 필요할까? 그 정부에 그 기관이 하는 일들 앞에...

 

이래서 우리는 병원을 못 나간다.

나가서 사람답게 살고 싶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재활치료를 중단할 수도 없고, 집에서도 못 다니고,

그냥 죽거나 계속 지금처럼 서로 꼬리를 문 상태를 버티고 살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런데 걸핏하면 조사를 나왔다고 묻고 또 묻는다.

 

오래 되셨지요? 치료가 필요한가요? 집으로 퇴원하시면 안 되나요?”

“.................. 죽어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