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202 - 왜 난들 안 미울까만...>
“왜 그래? 어디 아파?”
“......”
밤 12시가 다 된 캄캄한 병실에서 아내는 입술을 꼭 다물고 숨기며 운다.
그러나 어디 울음이 참는다고 참아지나? 그럴수록 더 복받치는 것이 슬픔.
어깨를 들썩이고 일그러지는 얼굴, 새어나오는 소리...
더듬더듬 우황청심환 한 알을 까서 입에 넣어주었다.
이 밤중에 비상상황이라도 생기면 모두에게 못할 짓을 하는 거라 조마조마 한다.
‘아... 힘들다.’
나도 모르게 달래다 지쳐 탄식이 나온다.
이렇게 약에 약을 늘려가며 한 달 내내 씨름중이다.
아내가 엄마를 졸지에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남은 슬픔을 후유증으로.
참 지독하다. 사람의 가슴에 파고드는 우울함의 생명력이란.
온갖 애를 쓰며 달래놓고 웃게 해놓아도 한 순간에 톡 털어먹는다.
원점으로...
어디 이 일만으로 내가 힘들었을까? 한 달만?
아니다 이런 저런 일마다 그랬고 8년 이라는 긴 간병세월에 걸쳐 그랬다.
밤낮으로 대소변 처리에 메이고 어디를 나가도 2시간을 넘기기 힘든 사정이 그렇고
이런 심적 신체적 난조 때마다 치르는 홍역이 그렇다.
그 시간에도 계속되는 아버지 가장의 의무가 그렇고
병원비 생활비 마련 걱정과 염려로 새가슴 조이는 세월들이 또 그렇다.
- 왜 난들 안 지칠까, 왜 난들 안 미울까,
왜 난들 이제 그만 끝났으면 하지 않겠는가...
정말 나도 내가 한 생각으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제 아내가 세상을 떠나도 안 슬플 것 같다는 준비가 아닌 바람처럼 느껴질 때.
두렵고 끔찍하고 야속해진다. 내 자신이.
그래서 더 다짐하고 다시 내 각오를 추스린다.
살아서도 지쳐서 힘들어 하고 이별 후에도 미련과 자책으로 힘들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안 미워하고 고마워하려고 의지로 의도적으로 일부러라도 마음먹는다.
나중에 아내가 나를 떠나면(혹은 내가 먼저 떠날 수도 있지만) 후회없이 살자고.
그때는 잊을 수만 있다면 잊어버리고 살고도 싶다.
아픈 기억 힘들었던 일들 걱정근심도 다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무엇인가 할 수 있을 때는 안하려고 하면서 끙끙거리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날들에는 못한거 끙끙거리며 산다는 것은 너무 불쌍하다.
미련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안 미워하련다. 안 밀어내고 죽기를 바라지 않으려고 한다.
살아 있는 그 짧은 동안의 날들을 잘 보내고 싶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외국의 어느 부부가 한쪽 동반자와 헤어지면서 남긴 편지가 참 절절 했다.
잘 지내고 고마워하면서 남은 배우자에게 슬퍼하지 말고 다시 만나자는 말이 힘이 되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고 그런 날이 오면 그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 아래는 기사 원문
60년을 함께 한 아내가 죽기 전에 남긴 메모(사진)
미시시피주의 클리블랜드에 사는 지미 브렐런드(Jimmy Breland)는 아내 빌리(Billie Breland)와 60년 동안 부부로 살았다. 지난해부터 아내가 몸져눕자 그는 병원에서 매일 그녀의 곁을 지켰다.
지난 1월 초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엘로우 해머 뉴스(Yellow Hammer News)에 따르면, 그는 그녀가 죽은 지 며칠이 지난 후 수표 책 사이에서 그녀가 남긴 ‘메모’를 발견했다.
“내가 죽었단 이유로 울지 마요! 내가 살았단 이유로 웃어주세요! 내가 행복한 곳에 있다는 걸 잊지 마요! 우리가 다시 만난다는 걸 알아줘요! 거기서 우리, 만나요!”
두 부부의 손자인 클리프 심스(Cliff Sims)는 페이스북에 이 메모를 포스팅했다. 심스에 의하면 이 메모를 읽은 할아버지는 감정에 북받쳐 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우리한테 할머니의 메모를 보여줬을 때, 그 때의 눈빛을 절대 못 잊을 거예요.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기쁨으로 가득했던 그 눈 빛을요.”
“그 노트는 할아버지에게 평안을 줬어요. 그리고 사랑은 모든 걸 정복할 수 있다는 걸 일 깨워 줬죠. 심지어 죽음도요.” 심스가 허핑턴포스트에 메일로 한 말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다시 만나 영원할 거란 사실을 깨닫고는, 더할 나위 없는 평안을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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