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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144 - 나는 정말 아내가 좋기만 할까?>

희망으로 2014. 7. 7. 08:57

<잡담 144 - 나는 정말 아내가 좋기만 할까?>

 

아퍼!”

 

가끔 쇠붙이 종류의 차가운 물체에 손가락이 닿으면 나도 모르게 아파서 소리를 지르게 된다.

특히 왼손의 셋째, 넷째, 다섯째 손가락이 닿는 경우가 그렇다. 예전에 가구 제작 일을 할 때 큰 횡절재단기 톱날에 면장갑이 걸리면서 한꺼번에 3개의 손가락이 다쳤다. 뼈도 닿고 신경과 인대까지 끊어졌지만 다행히 꿰메고 회복되었다. 자칫 몇 미리만 더 들어갔으면...생각도 끔찍하게 날아갈 뻔 했었다.

 

아주 소중히 여기는 자식이나 물건을 조심스레, 사랑스럽게 다루는 모습을 애지중지 라고 표현한다. 물론 사전적인 의미는 매우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愛之重之].

그런데 재미있게도 손가락에 붙인 각각의 이름이 그렇다. 엄지, 검지, 중지, 애지, 약지다.

가장 약한 새끼손가락 다음부터 거꾸로 오면 애지’ ‘중지순서다. 정말 사람이 할 수 있는 숱한 신체적 활동 중 이 두 손가락의 힘을 빌려서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러니 아끼고 사랑하고 소중히 해야 당연하다. 애지중지...

 

그런데 그 사고 이후로 차가운 물건에 닿거나 아주 추운 겨울이면 이 애지 중지가 저리고 시린다.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찌릿하며 아프기도 한다. 몸은 통째로 인생의 흔적 저장소다. 언제 어디를 상처 입었는지 다 기억한다고 한다. 그걸로 몇 십 년이 지나도 해부하면 알아내고 때론 범죄의 증거로 삼기도 한다니.

 

나는 부부싸움을 참 싫어한다. 그냥 토론 수준 정도는 날마다 티격태격 거리지만 진짜 얼굴 붉히고 미간 찌푸리며 하는 싸움 말이다. 일 년에 한 두 번 싸우고 난 기억은 언제나 생각만 해도 또 분노를 일으켰다. 정작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이유는 기억도 안 난다. 그런데 기분이 무지 나쁜 것은 싸울 때의 내 말, 아내의 찌푸린 얼굴만 떠오른다. 마치 조각칼로 새겨서 머리 속에 담은 듯한 그 섬뜩한 느낌.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그 순간의 표정은 표독하고 어두워서 밉다. 그래서 싸움보다 싸움 뒤의 그게 싫어 갈수록 안 싸우고 싶어진다.

 

몸에 남긴 상처의 흔적만 두고두고 사람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마음에 남겨진 상처의 흔적도 똑같다는 걸 절절이 확인한다.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도, 어떤 때는 아이들도 그 순간의 기억은 한걸음 도망가게 만든다. 머리를 흔들며 , 싫다 싫어...’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평생 좋은 모습만 보이면서 살 수 있을까. 그건 무리라는 건 안다. 가능하면 그런 나쁜 화면은 될 수 있으면 적게 남기며 살고 싶은 거 뿐이다. 그것도 원하는 대로 잘 안되지만. 오죽하면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말을 안 듣고 죄를 따른다고 성경에도 말할까.

 

그럼 당신이 직접 말해! 마음에 안 들면!”

“.....”

중간에서 양쪽 비위 맞추고 눈치보고, 나도 힘들다고!”

“......”

 

말이 없다. 그리고는 돌아누워 흑흑 흐느끼며 운다. 아이 교육문제로, 또는 습관 문제로 의견이 다른데 직접 만나지 못하니 두 사람이 다 나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는 어떤 것은 전하고 어떤 것은 빼고 그랬다. 기분이 상할까봐, 그런데 잘못되면 양쪽에서 공격을 당한다. 기분 나쁘고 서운한 것도 보이는 내게 퍼붓는다. 나도 모르게 울컥... 짜증을 내면 다툼이 되고, 심하면 보기도 싫어진다. ‘이 미운 인간들!’ 그러며...

 

나는 정말 변함없이 끝까지 아내를 사랑하는 걸까? 딸아이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다. 그럴 때도 있고 안 그럴 때도 있는 것 같다. 글이나 말로야 늘 사랑하는 모습만 보이다보니 백 날 천 날, 백 가지 천 가지 다 좋아만 하는 듯 과장되었을지 몰라도 들여다보고 냉정히 보면 솔직한 표현은 오락가락이 맞다. 그러면 나는 위장된 사랑을 안고 살아가는 걸까?

 

아니다! 그건 아니다. 사소한 일상을 보면 엎치락 뒤치락, 미웠다 좋았다 하는 변덕 속에 사는거 맞지만 길게 큰 물결의 흐름을 보면 분명한 건 아래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인생이라는 큰 강물의 전체가! 어디 사람에게만 그럴까? 신앙도 그렇고 삶에도 그렇다. 믿어질 때와 안 믿어질 때가 수시로 반복되고, 즐거울 때와 고통스러울 때가 수시로 밀려온다 하지만 길게 넓게 보면 통째로 한 방향으로 간다. 누구든지 다 그렇다. 죽는 쪽으로 가든지, 사는 쪽으로 가든지!

 

나도 나의 사랑과 신앙과 삶을 그렇게 보기로 한다. 우리는 서로 애지중지 아끼는 가족이 맞다! 나는 아내와 아이를 사랑한다! 고 말할 수 있다큰 강물도 어느 자리에서는 멈춘것처럼도 보이고 돌아가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런 간의 지엽적인 시선이 아니면, 신앙도 분명 하나님을 향해 가고 있다. 믿음이 더 큰 본질이고 큰 물결은 천국으로 가고 있다는 걸 확신한다. 인생은 그런거다. 작게 보면 혼란이 오고 불안하고 의심 투성이지만 크게보면서 용기를 내고 가는 거다.

 

처음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그렇다.

 

나는 정말 아내를 좋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