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41 - 나쁘지 않은 사람들의 어긋난 만남>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
병원에서 꼴랑 밥 한 공기 나오는걸 아내와 나,
어른 둘이서도 다 못 먹어 허구헌날 밥만 큰아이 가져다 주었다.
병원 주차장을 나가다가 같은 병실 딸내미를 만나러오는
비닐하우스 농사꾼 친구를 만났다.
여름날이 죽을 지경인 하우스 농사로 새까맣게 탄 친구
"오늘은 자고 갈거야? 그럼 막걸리 한잔하자구!"
농사를 짓다보면 너무 고단해서 밥맛도 사라지고
세상의 어떤 재미도 다 사라져버린다.
오직 희귀난치병으로 고생하는 딸래미 사랑에 전력을 다하는 그이.
오히려 내가 미안해서 오늘은 그 친구가 무지 좋아하는
얼음 들어간 막걸리 한 사발을 대접해야겠다!
그래서 얼른 아들 방에 반찬 놓고 막걸리 사서 들고 병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밤10시가 넘어가고 10시반이 넘어가도 오지 않고
막걸리속의 작은 얼음알갱이들이 다 녹아버렸다.
"어디 갔어요?"
"저녁밥을 못 먹어 국밥 한그릇 먹으러 갔는데..."
기다리다 가족에게 물었더니 그렇게 대답한다.
속이 부글거린다.
기껏 친구 생각해서 얼음 들어간 막걸리 한 병을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사왔더니 밥먹으러 가서 안오다니....
결국 밤 11시가 다 되어서 돌아왔다.
"나 배불러서 도저히 못 먹겠다"
"그래, 고단할테니 자!"
집 두고 병실로 와서 딸내미 곁 보조 침대에서 자고 가는 아빠.
왜 내가 그 마음을 모를까...
그런데도 서운하다.
분명 금방온다고 말했고, 시원하게 막걸리 먹자고 했는데
너무 늦게와서 다 망쳤다.
누가 잘못한걸까?
생각해보니 아무도 잘못없다.
밤 늦도록 굶고 10시에 저녁먹으러 간 딸 보호자와
생색내자고 얼음막걸리 사와서 한시간 기다리다 삐진 나랑...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아니고
나쁜 마음 먹고 작정하지 않아도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나쁜 마음을 품었을까?
노아 홍수와 소돔성 심판과 유태인 학살 때...
다만 엇갈린 애정의 결과일수도 있다.
얼마나 고단하고 배고프면 나를 기다리지 못하고
밥을 먹고 와야 했을까.
그걸 이해 못해주고 부글부글 삐지다니
아무도 나쁜 사람 없지만
엇갈리는 상황.
아하...
그래서 하나님이 엇갈려 사는 우리에게 화내지 않고
우리를 건지시려고 아들을 보내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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