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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118 - 물을 통해보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 '기본'...>

희망으로 2014. 3. 14. 23:19

<잡담 118 - 물을 통해 보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 '기본'...>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 중에서도 딱 한 가운데 있는 생명체, 木.
오늘은 바로 그 옆 자리에 있는 수요일,
물(水) 이야길 잠깐 하고 지나갈까 합니다.

커피는 어떤 물질로 구성돼 있을까요.
우리가 마시는 음료 커피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실은 커피보다는 물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커피의 주안점을 곡물에 둡니다.
좋은 토양에서 자란 커피를 선별, 커핑하고 로스팅하며 분쇄하고 추출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요.
맞는 이야깁니다.

예전에,
한류 드라마 사극 중에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케이스로 대장금과 허준 같은 작품이 있었습니다.
드라마 사극은 사실 정통 역사극과는 조금 다른 장르로 비켜서 있지만, 동서고금 사람들이 가지고 있
는 어떤 보편성을 담아내었다는 점에서 동남아든 서남아시아든 중동 혹은 아프리카든 역사와 문화가
우리와 전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심금을 울리는 요소가 있었던가 봅니다.

생각해 보면
장금이와 허준은 둘 다 입지전적 인물로, 야사에서나 혹은 역사적으로나 큰 궤적을 남긴 위인입니다.
대개 사극이 서로 상대를 짓밟고 영토를 빼앗고 권력을 찬탈하고 배신하며 부귀영화를 위해 애쓰는
인간군상의 협잡과 암투를 다루고 있는 데 비해 이들은 사람을 먹이고, 살리고, 치료하고, 헌신하는 
부류로 일종의 힐링 아이콘 같은 인물들이었습니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까 여기서 잠깐 끊고, 
제게는 이 두 드라마에서 눈여겨 보여진 시퀀스가 있었는데 둘 다 물과 연관이 있습니다.
훗날 동의보감을 쓰게 된 허준이 젊었을 때, 의학에 뜻을 품게 되자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스승 
유의태는 먼저 '물'로 그를 시험합니다. 물도 지형과 지세, 토양과 토질, 또 여러 요즘 말로 하자면 
함유된 철분과 미네랄 성분, 특질 등이 각기 다른데 그 중에 약이 되는 물이 있고 독이 되는 물이 
있다는 겁니다. 그걸 고르라는 거지요. 함부로 물을 써서는 안된다는 당부가 담겨있는 가르침이었
습니다.

대장금에서 나오는 그의 멘토, 한상궁도 어린 장금이를 처음 테스트할 때 '물'을 사용하였습니다.
다짜고짜 장금이를 불러놓고는 "물을 떠오너라" 고 시킵니다. 대체 무슨 물을 떠오라는 말일까요.
마실 물? 씻을 물? 차가운 물, 미지근한 물, 따뜻한 물, 이슬 앉은 새벽녘 뜬 물, 또는 한밤중에 뜬 물
무엇을 첨가한 물, 그렇지 않은 물.. 물론 드라마였기 때문에 여러 드라마틱한 장치적 요소가 가미되
었다는 걸 압니다마는 전혀 다른 그 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동일한 것이었다고 보여집니다.

그것은 <기본>입니다.
기본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그것도 불특정한 사람들이 입으로 먹거나 마실 음식을 만드는 자리에 선 사람은 반드시 지니
고 있어야 할 기본에 관한 이야깁니다. 커피도 결국 음식의 일종입니다. 기똥찬 레시피를 전수 받아
서 알고있거나, 혹은 스스로 훌륭한 메뉴를 개발했거나 또는 라떼 아트를 멋지게 그려내거나 대박이 
나서 대박집으로 TV에 오르내리고 하는 것들과 어쩌면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물이 중요하니까 좋은 물을 쓰자거나 온도를 잘 맞추고 미네랄 함량을 과학적으로 고찰하거나 
값비싼 정수기를 구입해서 양질의 수질을 관리하자는 차원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생두와 원두에 대해서 배우고, 연구하고, 익혀서 알고, 그것을 적합한 입자 상태로 분쇄하거나 정성껏 
내리는 이 모든 행위들에 앞서 생각해보아야 할 그 무엇에 대한 얘기입니다. 저는 그냥 단순히 그것을 
<물>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휘황된 것에 너무 현혹되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술은 연마를 통해 습득되고 향상될 수 있지만 흔들리면 안 될 그 기본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쓸데
없이 잠시 해보았습니다. 드라마 속 한상궁이 끝까지 지키려고 한 가치. 스승 유의태가 허준을 시험해
보려 했던 그 아무 의미 없는 <물> 시험 말입니다. 

나는 무엇을 최상의 가치로 삼는지 되물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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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내가 쓴 게 아니다. 내가 마음이 자꾸 가는 친구가 쓴 글이다. 몇 년을 글로만 만나다가 어느 날 사라져버린 채 다시 두어 해가 가버리도록 생사도 모르고 지낸 친구다. 또 어느 날 어떻게 연락이 와서 아내의 병원 검사를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처음으로 만났다. 얼굴을 딱 한번 본 애인보다 귀한 친구, 그 친구도 나를 그렇게 보아 주는지는 모르겠다.


왜 그렇게 갑자기 딱! 멈추고 사라진거요?”

그냥, 특별한 이유는 없고 쓰기가 싫어져서...”

그랬구나, 참 다행이다. 나는 몸이 많이 안 좋아졌거나 사고가 난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그런 이유라서 참 좋다. 누가 미워서나, 뭔가 실패해서가 아닌 것이! 머물기 싫어서 일어나 가고, 가다가 더 가기 싫으면 머무는 것이 인생이지, 그게 자연스러운 선택 아닌가? 역시 친구답다!’ 하면서,

 

그런데 이 친구는 어릴 때부터 피를 토하는 병을 앓고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작은 카페를 지키는 이 친구가 손수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면서 마냥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시간이 넘어가자 아내가 너무 힘들어 못 견뎌서 거기서 끝나고 헤어졌다.

 

광고기획에 몸 담은 이 친구는 어느 교회의 집사로 있으면서 달력을 만들었다. 그 달력을 내게 선물로 주었다. 아이들과 어른이 같이 V를 손가락으로 만들어 별이 된 사진을 첫 장에 담았다. 그 사진을 보면서 이유 없이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날 뻔해서 간신히 숨기고 넘어갔다.

 

사람의 첫 번째, 신앙인의 첫 번째, 그건 '기본'이라고 말하는 그 친구가 금방 또 보고 싶어진다. 그 날 헤어지면서 나는 손만 내미는 그 친구를 끌어안았다. 남자끼리 끌어안고 내가 등에다 대고 말했다. '부디 오래 살아줘!'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