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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읽으며 수다떨기 3 - 오늘의 몸은 내일의 흙덩어리?

희망으로 2014. 2. 24. 20:29

<성서 읽으며 수다떨기 3 - 오늘의 몸은 내일의 흙>


[네가 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 돌아 가리니 그 속에서 네가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 - 창세기 3장 19절]

그렇네요. 틀린 말 아니고, 나쁜 말 아니고요. 흙으로 사람을 빚으셨으니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게 뭐 억울하겠어요. 다만 아쉬움이 좀 있어서 그럴 뿐이지요.

'사실 흙으로 곧 돌아갈지 모른다는 실감이 나기 전에는 좀 근사한 재료로 만들어진 걸로 착각이 들었어요. 그런대로 잘 생겼고 재주도 있는 이 몸이 기껏 흙덩이로 되었으리라고는 인정하기가 좀...'

그런데 여기저기 망가지고 흠집이 나면서 조금씩 인정하게 되네요. '그래, 어쩌면 흙부스러일지도 몰라, 그러니 비만 오면 축 늘어져 허물어지고, 해만 쨍쨍나도 메말라 펄석거리는 먼지처럼 그러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목사님이 그러더군요.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도, 아무리 높은 자리, 큰 부자도 오늘의 목숨은 다만 내일의 흙덩어리일 뿐이라고, 하나님이 코에 불어 넣으신 생기야 어느 사람이나 다 똑같을테니 뭐 살아있을 때나 죽은 후나 차이가 없을거고!

그런데 궁금해요. 왜 같은 흙으로 만드시면서 다 다르게 했어요? 어느 사람은 단단하고 어느 사람은 물렁하게, 또 어느 완성품은 멋지게 잘 생기고 어느 것은 작고 볼폼 없게도 하셨는지요. 게다가 어떤 생명은 시작부터 모자라고 없이도 출발하고 쉬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니...

단지 만드는 분의 취미인가요? 아님 다 그래야할 이유가 있는데 우리가 미처 모르는건가요? 자주 그 다름이 속상하기도하고 이해가 되지않아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흙에도 꼭 이렇게 등급이 달라야만 했었나? 하면서...

그런데 다시 흙이 되어 바닥으로 돌아가면 그런 차이가 없이 평등해진다니, 뭐 오래 담지 않을래요! 니꺼 내꺼도 구분 없고 자랑할 이유는 더 안되는거 빤하니, 그 날로 모든 차이, 다름은 끝이 나겠지요? 

(살짝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이 말은 맞는지 모르겠어요. 흙에 담겨서 지내는 동안 으쓱하게 지낸 생기는 나중에 돌아가서는 대우가 조금씩 다르다고 하던데... 번쩍거리는 흙덩이로 지낸 생기는 좀 덜 칭찬을 받고, 투박하고 못생겨도 용도를 잘 수행한 흙덩이에 드러가 고생했던 생기는 돌아간 후 좀 따뜻한 칭찬을 받는다고 하던데...)

아직 남은 용도가 있어서 찌그러지고 흠집있어도 버팁니다. 비가 자주 안왔으면 좋겠어요. 팍팍 뜨거운 폭염도 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남은 날을 실수로 툭! 떨어뜨려 깨어져버리는 불행한 일만 안생겼으면 좋겠어요. 모든 내일의 흙들이 바라는 소원이지요. 

무사히, 날마다 제 자리에서 제 용도로 잘 쓰이는 것! 가끔 고운 눈빛 칭찬도 들으면서 머물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을 안고...

그래도 오늘은 이 구절이 그리 무겁지만은 않았네요. 차분해지고 짐이 덜어지는 느낌이네요.

- 네가 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 돌아 가리니 그 속에서 네가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http://bible.com/88/gen.3.19.kr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