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80 - 강가에 서면>
강가에 서면 무엇이 보일까?
당연히 흐르는 강물이 보일 것이다.
운이 좋으면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도 보고
바람에 서걱이며 노래부르는 갈대도 볼 지 모르겠다.
길에 나서면 무엇이 보일까?
앞에 놓인 어딘가로 가는 길이 보일 것이다.
운이 좋으면 진흙탕 아니고 곧고 바른 길을 만나고
길가로 꽃들이 하늘거리고 하늘에 흰구름도 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안다.
때론 그 길에 구덩이도 있고 바람 불고 비 쏟아지거나,
날 저물어 어둡고 배고파 비틀거리는 날도 있다는 것을,
어느 날은 동행과 헤어져 많이 외롭고 슬프기도하고...
밥! 밥!, 혹은 물! 물! 을 외치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연히 허기진 사람 목이 말라 죽을 것 같은 사람일거다.
희망을!
사랑을!
평안을!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고 부르짖는 사람이 선 자리는
분명 절망과 외로움과 불안의 중심이거나 바닥일거다.
떠오르는 새해의 태양을 보면서도 서러움이 울컥 솟는다
겹겹이 쌓인 내 속의 슬픔이 전혀 따뜻하지 못한 낡은 담요처럼
너무 많은 기도 때문인가 보다.
너무 많은 결핍과 너무 많은 바람들이 욕심을 잉태한다.
소리 지른다고 다 올 수가 없는 법이니
희망이, 사랑이, 평안이 그리 쉽사리 쥐어지지 않음이 당연하다.
그래서 다시 바람들이 서러움이 되는 악순환...
나는 천국을 사모한다.
이 땅의 고통이 아닌 저 하늘의 자유를
나는 병들었다.
그래서 의사를 간절히 부르고 붙들고 매달린다.
그 분은 그러셨다.
<건강한 사람은 의사를 필요로 하지 않나니
병든 사람만 오직 의사를 찾는다.
나는 세상의 병든 사람을 고치러 온 의사다.>
주여! 나를 고치소서.
나는 병들고 서러운 사람입니다.
희망과 사랑과 평안을 입에 달고 사는
아주 많이 병든 사람입니다.
빨리 낫기를 재촉하다 제 풀에 지쳐
강가에 서서 다시 서러워 울고마는 사람입니다.
길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재림독촉송을 부르고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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