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사랑하면 내 것이 되는 것일까?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고양이 한 마리, 구름 한 조각,
부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빛을 내가 사랑한다고 해서
소유할 수 있는 것일까?
세상 모든 것 중에 사랑한다고 해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돈을 주고 사거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고 해서
소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 누구도 자기 뜻대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장소로 원하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지 못한다.
나 자신도 내 것이 아닌데, 세상 무엇이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모두 빌리는 것이다.
빌려서 사랑하다가 언젠가는 돌려주고 떠나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집착과 헌신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종종 자기의 만족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며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게는 늦게 얻은 딸아이가 이러한 존재다.
사랑하는 아내를 닮기도 했고,
더 순수한 마음과 넘치는 재능을 가져서
아이에 대한 신뢰가 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향한 집착과 헌신 사이의
불안한 줄타기를 멈추기 위해 스스로 서약을 했다.
아이가 세 살까지는 온전히 품 안에 감싸 안으리라는 것과,
세 살 이후에는 생명을 포함한 모든 환경과 진로를 신께 맡기리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이 세상이 내게 빌려줬기 때문에 함께 살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사랑하고 아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울고불고 해도 소용없을 헤어짐을 아파하지 말고, 함께하는 날들을 집착과 간섭,
무관심으로 망쳐버리는 것을 더 경계해야 한다.
살아서 함께 잘 지냈다면 감사히 돌려주는 마음이 필요하고,
언젠가는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이렇게 놓여 질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하나둘 내 곁을 떠나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과 아픔에 깊이 공감하면서,
나 또한 다가오는 헤어짐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묵상해 본다.
우리는 모두 빌려서 사랑하다가 돌려줘야 하는 존재들이다.
제대로 사랑하다가 상처 없이 돌려주자.
-김재식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중에서
사랑을 소유욕과 혼동하면
정말 중요한 의미를 놓치게 된대요.
힘들겠지만...
사랑은 강요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