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벽기도>
새벽 세 시 반
정함이 없는 부름에 눈을 뜬다.
아무 때나 어디든지
아내의 부름은 나를 깨운다.
작은 변함을
눈도 채 뜨지 못한 채 실천하고
변한 결과를 버리고 씻고 돌아오니
아내는 더 큰 변함을 요구한다.
새벽 네 시가 채 안된 시간에
살금살금 죄인마냥 변 하러 간다
아직 몸은 준비가 안되었는데
아내는 가슴이 아니고 배가 아프다고 한다.
자복이 아니고 타복
주먹 쥐고 배를 때리고 힘을 다하고
변하게 해달라고
변하게 해달라고
제발 변해서 아픔이 사라지게 해달라고
나의 새벽기도는
어서 변하게 해주시고
바로 서기도 힘든 나의 풀린 몸
다시 쉴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진짜 나의 기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아내의 변하고 싶은 몸의 불편함을
부디 마음의 변함을 바라는 상태로
바꿔 달라는 것
참다가 눈물 많이 흘리고
힘쓰도 시원하게 변하지 못하는
빤한 반복을 마치고 침상으로 돌아오는데
졸면서도 담는 여전한 믿음은
나의 기도를 언젠가 들어주시리라는 것
나의 새벽기도는
어느 누군가의 잠을 방해하는
발자국소리와 배 두드리고 물 내리는 소리로
오늘도 무겁고 늘어져서 바친다.
- 아내의 갑작스런 소변과 배변의 통증으로 새벽잠을 깬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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