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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과 함께 받는 후원금...

희망으로 2013. 8. 10. 12:25

<비난과 함께 받는 후원금...>


아는 분의 아들이 큰 화상을 입고 응급실을 거쳐 치료를 받고 있다.

군대 입대를 한 달도 안 남긴 하나뿐인 아들인데 화상 2,3도의 부상에 통증을 참는 괴로움을 지켜보면서, 본인도 심한 천식과 당뇨로 기침만 크게 하다가도 갈비뼈가 금이 가서 입원하고, 온 몸은 약 부작용으로 부어서 심히 괴롭다. 당연히 씩씩한 직장생활은 꿈도 못 꾸고,

많이 나온 중간 치료비를 마련하기 힘들어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딱 한 번의 긴급의료지원비(입원중 1회, 300만원 이내)를 신청하라고 알려드렸다. 우리도 받아보았던 기억이 나서, 그런데 안 된다는 거절 통보가 왔다. 수술 경우가 아니면 제외된다고, 이전에 우리는 수술이 아닌데도 받았었다. 또 무슨 규정이 추가로 생겨서 문이 좁아졌나보다. 자고 나면 줄어드는 복지부예산을 심히 자주 실감하며 사는 중이지만 참 속상하다.

내가 힘 닿는대로 보태느라 송금시켜보지만 내 사정이 뻔하니 큰 도움도 안된다. 그래서 미리 동의를 받고 페이스북에 평소에 안부를 주고 받는 분들에게 치료비를 조금씩 모아보자고 후원을 부탁하며 그 아들의 통장계좌를 올렸다. 

<하늘에서 돈다발이 뚝 떨어지라고 기도를 드리면 하나님도 웃으십니다.
아님, 화를 내실겁니다. 이제것 니들을 그렇게 돌봐주었는데, 니들이 좀 해라! 하면서,
사랑의 실천은 사람을 통하여 하시는거 우리는 모두 알지요.
이번에는 우리가 그 통로가 되고 사용되어 봅시다.

군대 입대를 한달도 안 남긴 상태에서 큰 화상으로 병원진료를 받는 이** 아들과,
곁에서 본인의 성치못한 몸 간수도 벅찬데 애쓰는 김** 집사님을 위해 지갑을 엽시다.
크게 기대했던 긴급의료지원비가 수술이 아니면 안된다고 거부 당했다네요.

우리는 수술이 아니어도 사랑을 나눕니다.열명이 모으면 혼자보다 쉽고, 
백명이 모으면 열명보다 부담 없겟지요?
저는 페이스북 친구가 많지 않으니 친구 많은 분들이 좀 공유해서 힘좀 써주세요!
화상치료비 긴급 후원 합시다.

계좌 : 이동* 우체국 104174-02-177840 

저부터 조금 보냅니다!>


문제는 그날 밤, 어느 분이 그 여집사님께 문자를 보냈다. ‘자기는 무더운 날 땀 뻘뻘흘리며 돈 버느라 일하고 왔는데 후원금통장이나 디밀고 늘어져있냐? 니하고 친구 안한다!’ 뭐 그렇게,

참 마음이 아프다. 아내는 속상하고 우시는 그 엄마와 밤에 이야기를 나누고 달래주고는 밤을 꼬박 새웠다. 새벽 4시가 넘도록 잠이 안 오더란다. 무슨 심정인지 이해가 간다. 우리도 남의 도움을 염치없이 늘 받으며 생존을 유지하는 중이니 어찌 보면 일회성 후원을 받는 그 집사님보다 열배 백배는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아침에 잠 못 자고 아침밥도 못 먹겠다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뒷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사람처럼 멍해졌다. ‘우리를 보는 누군가도 그런 생각을 하겠지?’ 그런 걸 떠올리면서...

자기 손으로 벌어서 살지 못하고 남의 도움을 받고 사는 사람, 참 불쌍한 사람 맞다. 그런데 자꾸 어쩌나? 하나님은 그런 모자라고 제 가림도 못하는 불쌍한 사람을 가까이 안고 붙들고 편들어주시는 걸, 뿐만 아니라 자기 힘으로 넉넉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조차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명령을 하신다.

나도 아내가 아프기 전에는 누구에게 단 돈 십원도 받지 않고 살았고, 누구도 내게 그런 돈 줄 생각을 안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자기 힘으로 벌고 필요한 걸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왜 돕겠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나도 계속 그렇게 살고 싶다. 어느 누군들 안 그럴까? 나도 그런 날로 어서 회복이 되고, 다시 안정된 그런 가정을 꾸미고 싶다.

그런데 그 날카로운 비난을 보내신 분은 이미 그런 꿈을 이룬 분이다. 땀 흘리며 일할 수 있는 건강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가족의 응급상황도 없으니, 그럼 참 고마워 할 상태를 누리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면서 심한 욕을 한 걸까? 

아마도 그 분은 자기 삶을 사랑하거나 감사하지도 못하고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후원금통장을 올리고 남에게 응급치료비를 받아야 하는 그 상황을 부러운 사람처럼 비난할 리 없다. 자기의 처지를 비관하면서까지, 사실 그 후원 도움을 청하는 글도 그 여집사님이 아니고 내가 올린 것인데...

그 후원금 글을 보고 아주 작은 시골의 어느 목사님은 이런 글을 보내주셨다. 자기는 1년 결산 총금액이 2천만원쯤 되는 아주 작은 교회인데 매달 헌금 들어오는 금액의 십일조를 외부에 어려운 분들에게 도와주기로 결정하고 그렇게 진행해왔다. 이번에 그 글을 보고 그 치료비와 함께 우리에게도 10만원씩 보내고 싶다고 내 통장도 알려달라고 했다. 

세상에는 큰 교회, 큰 일을 하는 교회도 많다. 그 규모에 비교하면 1년 수입이 2천만원, 한달 170만원 안팍인 진짜 작은 교회에서 매달 수입의 십일조를 또 외부로 보낸다니 감동을 했다. 그런 나눔을 받는 것은 액수를 떠나 행복이고 기쁨이라 얼른 받겠다고 답장을 드렸다. 그리고 그 기쁨만 간직하고 내게 온 돈도 다시 치료비 마련이 급한 그 여집사님께 또 보냈다.

누구는 연약한 자기들의 규모와 처지에도 남을 기꺼이 돕고, 누구는 건강과 탈 없는 복에도 남의 처지를 비난하고 화를 낸다. 우리들도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그런 경우가 많다. 굳이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어도 아는 사람들, 혹은 남들의 성공과 부유함을 배 아파하고 부러워하고, 심하면 비난을 하게 되는 경우 말이다.

하나님께 조용히 기도한다.
우리를 너무 가난하거나 망가지지 않도록 해주시고,
나의 기준보다 남의 기준 때문에 감사와 행복을 까먹고 불평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세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