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날마다 한 생각

제발 이것만 하면 생기는 일

희망으로 2013. 5. 15. 20:58

<제발 이것만은, 하면 영락없이 닥치는...>


오전 치료시간 운동치료실
일명 코끼리 자전거라 불리는 상지 하지 운동을 시켜놓고
30분을 기다리는 동안 둘러본 치료실 모습,

다리가 마비되어 서지 못하는 분
한쪽으로 팔 다리가 힘을 못 쓰는 분,
‘워크’라는 알미늄 걷기 보조기구를 끌며 걷고 있는 분,
정신줄을 조금 놓으신 연세 많은 어르신 등등...

저 분들은 다치고 병나기 전 지금의 상황을 상상이나 했을까?
우리의 지난날들을 돌아보니 전혀 그러지 않았을 것 같다.
사는 게 늘 그런 것들의 연속선에 있는 것 같다.

공동체를 꿈꾸며 제자훈련을 3년 동안 할 때
여러 형태의 공동체, 수도원들을 비교하며 공부했었다.
그런데 유독 내겐 자신 없는 대상이 있었으니
그건 장애인 공동체들이었다.

국내외 생활공동체 기사들을 스크랩을 하면서도
노인 분들, 특히나 병들고 치매드신 분들을 모시고 섬기는 곳은
언제나 부담스럽고 가까이 가긴 힘들어 했었다.
그만큼 내게 그 벽과 두려움은 높았던 것 같다.

아내가 처음 원인을 모르면서 신경과로 불려가던 날
제발 심각한 병만은 아니길 속으로 빌었다.
그러나 설명 끝에 나온 소견은 ‘척수종양’ 암으로 보임...

경추 3번에서 6번, 목 부분이라 수술도 최소한 서너번 이상에
거의 50%이상은 사지마비가 올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었다.
이후 수술도 못했지만 완전 사지마비가 오고 말앗다.

진단서에 있는 여러 병명 중에 있는 시신경척수염,
흔히 데빅씨병이라는 병은 눈이 멀어지는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제발 그것만은 오지 않기를! 하면서 빌었지만 2010년 봄,
한달간격으로 왼쪽, 오른쪽이 다 이상이 오고 말았다.
이 병의 결과로 온 증상이었다. 한쪽은 실명,
한쪽은 눈동자 기능 이상으로 복시...

제발 이것만은! 혹은 제발 이번만은! 이라고 간절히 피하고 싶었던
여러 가지들이 현실로 덜컥 올 때의 그 난감함이란...

치매나 중풍을 앓으시는 어르신들에 대한 기피는
결국 어머니를 통해 경험하게 하셨다.
결핵, 당뇨, 치매, 위암, 파킨슨, 줄줄이 차례로 들어오는 병을 받으며
아내가 인슐린 주사를 직접 놓아드리면서 모시고 살았다.
결국 병원의 도움을 받다가 돌아가셨지만 그 7-8년 동안의 생생한
변화와 피부로 닿는 경험은 벽을 조금은 낮게 만들었다.

장애인들을 피하고 싶었으나 내게 닥친 생활은 그게 아니었다.
집사람이 장애1급을 받으면서부터 주변에 보는 사람도 장애인,
온갖 접하는 일도 장애인 관련된 것들, 심지어 먹고 자고 노는 것 까지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하고 관련된 쪽으로 생각하고 염려하게 만드셨다.

살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것과 다른 길을 주시기도 한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정말 피하고 싶은 것들을 오히려 접하고, 때론 풍덩 집어 던지시는 것도
하나님의 계획과 바람에 들어간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긋난 바람들을 수용하고 산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겠냐! 라던가
원치 않는 일들도 생기는 게 이 세상의 법칙이고 순명해야한다며...

우리 주님께서도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시지 않았던가?
제발 이 잔을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게 해달라고!
그러나 그 길을 가셨다. 하나님이 원하시고 명하시는 영원한 생명을 향해!

원치 않았지만 주어진 삶의 길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가시는
모든 분들에게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짝! 짝!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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