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사랑없이도 하는 일

희망으로 2013. 4. 30. 06:52

<사랑없이도 하는 일>


또 새벽 2시 30분, 아내는 나를 깨운다.

막혀버린 소변을 빼달라고,

- (아무렴, 얼른 움직인다, 스스로 밀어낼 수 없는 

그 불편함을 안고 사는 아내가 딱해서...)


다시 한 밤중, 또 깨운다.

거의 세시간에서 네시간 사이로 계속,

- (사랑한다 했으니, 남편이니 끝가지 믿어라 했으니

당연히 일어나 움직인다)


어느 날인들 빠질까? 

6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는 일, 산 사람이라면 하는 일,

- (잠이 무겁게 올라타서 가끔은 아주 둔해진다. 

나이들어가고 체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문득 불안을 느끼게 한다)


사람들은 기도하면 고쳐질거다 힘내라 한다

여기저기 사례들과 성경구절을 읽어주면서,

- (고맙다고, 아멘! 이라고 대답은 하면서도 

햇수가 길어지는 반비례로 기대는 줄어든다. 할려면 빨리 좀 해주지...) 


어떤 날은 짜증이 난다.

스스로는 못하고 내 자유를 반경 두시간으로 붙잡는 이 일이,

- (사랑으로 큰 산을 넘은 사람들, 무한한 인내를 발휘하는 신앙의 힘

자꾸 그런 설교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밉다. 해보지도 않으면서...)


몸살이라도 난 날은 정말 힘들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루밤에 세 번은 깨우는 신진대사라니...

- (아악! 으윽! 비명이 목까지 올라온다. 다들 자는 한밤중에

소리를 내 지를수는 없고... 사랑? 개도 안 물고 가던데, ㅠ.ㅠ)


또 흔들어 깨운다.

안 빼면 온 몸이 땀으로 젖고 얼굴이 하애져 숨도 못쉰다.

- (살아 있는 동안은  사랑으로 넘치던지,

지쳐서 몸부림을 치던지 상관없이 반복하는 일, 가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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