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없이도 하는 일>
또 새벽 2시 30분, 아내는 나를 깨운다.
막혀버린 소변을 빼달라고,
- (아무렴, 얼른 움직인다, 스스로 밀어낼 수 없는
그 불편함을 안고 사는 아내가 딱해서...)
다시 한 밤중, 또 깨운다.
거의 세시간에서 네시간 사이로 계속,
- (사랑한다 했으니, 남편이니 끝가지 믿어라 했으니
당연히 일어나 움직인다)
어느 날인들 빠질까?
6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는 일, 산 사람이라면 하는 일,
- (잠이 무겁게 올라타서 가끔은 아주 둔해진다.
나이들어가고 체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문득 불안을 느끼게 한다)
사람들은 기도하면 고쳐질거다 힘내라 한다
여기저기 사례들과 성경구절을 읽어주면서,
- (고맙다고, 아멘! 이라고 대답은 하면서도
햇수가 길어지는 반비례로 기대는 줄어든다. 할려면 빨리 좀 해주지...)
어떤 날은 짜증이 난다.
스스로는 못하고 내 자유를 반경 두시간으로 붙잡는 이 일이,
- (사랑으로 큰 산을 넘은 사람들, 무한한 인내를 발휘하는 신앙의 힘
자꾸 그런 설교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밉다. 해보지도 않으면서...)
몸살이라도 난 날은 정말 힘들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루밤에 세 번은 깨우는 신진대사라니...
- (아악! 으윽! 비명이 목까지 올라온다. 다들 자는 한밤중에
소리를 내 지를수는 없고... 사랑? 개도 안 물고 가던데, ㅠ.ㅠ)
또 흔들어 깨운다.
안 빼면 온 몸이 땀으로 젖고 얼굴이 하애져 숨도 못쉰다.
- (살아 있는 동안은 사랑으로 넘치던지,
지쳐서 몸부림을 치던지 상관없이 반복하는 일, 가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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