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아내의 눈을 잃어버린 날

희망으로 2013. 4. 3. 16:45

<아내의 눈을 잃어버린 날...>


“나 이상해, 물건이 두 개로 보여...”

갑자기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 휴대폰을 꺼내 눈 앞에서 흔들어보였다.

“이거 보여?”
“응 두 개로 보여, 하나는 제자리에, 그 위로 대각선으로 3센치쯤 위에 또 하나..”

부랴 국립암센터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자리에 안계셔서 전달을 부탁했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직접! 전화를 주셨다.
이것 저것 물어보시고 병원으로 오라고하셨다.

마침 방송을 위해 나와계시던 CBS 기독교방송 ‘수호천사’ 프로그램의
피디님이랑 같이 동행해서 병원을 갔다.
그러나 자고 나서 복시현상(두개로 보이는 것)이 줄었는지 검사에서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안심하고 방송용 인터뷰랑 모두마치고 다시 재활병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다시 눈이 보이지 않고 눈동자가 돌아가지 않는다.
한 쪽 눈이 끈이라도 끊어진 것처럼 가운데서 풀려서 움직이지 않는다.
한쪽 눈만 위아래 돌아가고 오른쪽 눈동자는 한가운데서 정지해버렸다.
사물이 한쪽눈에서는 수직 다른 쪽 눈에서는 사선으로 보인단다.

바로 앰브런스로 응급실로 출발했다.
어지러워 견딜수 없다고해서 한쪽 눈을 거즈로 덮고 종이 반창고로 봉해버렸다.
응급실로 와서 보신 선생님도 난감해하시고 당황스러워 하신다.

다시 검사들이 줄을 이었다.
몇시간을 기다려 MRI, 
엑스레이에서는 폐렴이 보인다고 호흡기내과 선생님을 데리고 와서 살피더니 
조영제를 넣고 다시 CT촬영,

그리고 각종 검사를 위해 동맥에서 채혈 정맥에서 채혈, 그러기를 무려 여섯 번,
방광염증이 보인다고 소변을 세 번 받아가고, 
가래를 채취하라고 김나오는 피스를 입에 물리고 통을 8개나 주고간다, 
산소포화도가 80대라 코에 산소호스를 끼우고...

정신이 없다.
선생님 말씀은 시신경으로 가는 혈관이 터지거나 막혔을 가능성이 있다 하신다.
뇌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현상이 뇌속 시신경 혈관에 생긴듯 하다는거다.

다시 척수액을 등에서 뽑는 작업을 시작했다.
척수액 속 단백질 수치가 두자리, 40대이하라야 정상인데
지난달 응급실 왔을 때 299 세자리를 기록해서 선생님이 쇼크를 받으셨다.
세자리는 지금까지 거쳐간 환자중에서 보기도 처음이라면서...
퇴원할 때 또 뽑은 척수액 단백질 수치도 조금 내려간 220정도!
그래서 다시 검사가 필요하단다.

이 모든 것들이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도 편안해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새로운 장기에 새로운 증상들이 또 나오다니...

또 어떻게 되겠지
나보고 단번에 죽는 길과 야금야금 죽는 길 중에 선택하라면 어떤 길을 선택할까?
당연히 어느 쪽도 아니고 안 죽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에겐 그런 선택의 기회도, 선택의 대상도 없다.

(딱 이맘때인 몇해전 4월초, 아내는 그렇게 두 눈이 다 이상이 왔다.
한 쪽 눈동자는 그 후 1년이 지나서 회복이 되어 다시 정상으로 움직이고, 
...한 쪽 눈은 영구 실명이 되어버렸다.
벗꽃이 눈처럼 날리는 4월이 오면 자꾸 그날의 아픈 영상들이 떠오른다.
내용으로 떠오르는기억이 아니고, 감정으로 새겨진 영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