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을 살던 충주에서 부득히 청주로 주소지를 이전했다.
전입신고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봄 기운이 참 좋다.
병원에 갇혀서 계절도 모르고 밤도 낮도 모르고 산지 벌서 6년째,
바깥세상이 이렇게 이런 분위기였구나...
사거리 신호등을 기다리느나 멈추어선 사이 사람들이 스쳐 간다.
쉴 새없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건너편에서 이쪽으로, 이쪽에서 저 건너쪽으로...
가만히 서서 사람 구경을 해본다.
이쁜 사람 덜 이쁜 사람,
좋은 인상, 찌푸린 인상도 있고,
심술궂은 사람 평안해 보이는 사람,
얼굴 가득 잔잔한 미소를 가진 사람 안 그런 사람,
좋은 사람 오고,
사나운 사람 지나가고,
친절해보이는 사람 스쳐가고,
찡그린 사람 또 오고,
웃는 사람 또 지나가고....
아! 피곤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
그런데 그게 뭔 상관이람?
단지 스쳐지나갈 뿐인 사람들인데,
왜 길거리에서만 그럴까?
사는 터전에서도 그렇다.
직장, 학교, 교회, 무슨 모임,
모두 스쳐지나갈 뿐인 사람들인데
전전긍긍 씩씩대고 사는 날 하루 이틀 아니다.
멈추어서거나 움직이면서 부대끼는 나조차도
흘러가고 어딘가에 닿을 때면 이미 끝나는 세상살이
공연한 속졸임이 참 미련스럽다.
어차피 시한부로 서로 스쳐가며 살다
영영 머무를 곳은 여기 아니지 않는가?
분노하고 주저앉고,
슬퍼하고 두 손 들고 만세를 부를 일도
시한부 스쳐감일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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