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새벽, 찬비 내리다

희망으로 2013. 3. 22. 05:59

<새벽 찬 비 내리면...>

새벽 
바람이 후두둑 불고
비가 업혀서 내려온다

이 비 내리면 
어디선가는 메마른 나무가 목 축이고
어느 꽃씨는 살아나겠지

옥토에도 내리고
가시밭에도 내리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돌밭에도 내린다

아무렴 태풍 한 번 쓸고 간 뒤
다섯해나 메마르고 황폐해진
울 집에도 내리겠지

아내야
이 비오고 나면 일어나라
누워서 죽은 듯 지내지말고 일어나라

볼에 진달래같이 붉은 홍조띠고
입가에 목련같이 환한 미소머금고
개나리 뿅뿅 병아리 나가듯 걸어보자

바람만 후두둑
새벽 창밖을 소리내어 지나가고
막힌 소변 빼느라 고단한 기상

비가 차다
굵은 비가 등짝을 팰 것 같이 서럽다
찬 비 내리면 아무래도 한 번은 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