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병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이 싱숭생숭 한가 보다.
사람들은 마음이 허전하면 온갖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는 걸 요 며칠 눈으로 귀로 확인한다.
민간요법부터 심지어 귀신 점 빙의까지, 유명하다는 무슨 병원, 무슨 의사 무슨 용하다는 한의원... 없는 게 없다.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연약한 사람들의 진통제처럼,
더 고역인 것은 거기에 신앙인들마저 끼어들어 만병통치 기도원이나, 영락없는 무당놀이에 가까운 사례가 더해지고, 두려움과 외로움에 구석에 몰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야기가 마치 회오리처럼 병실을 휘어잡는다.
인간의 약한 심리가, 질병은 누구나 걸리는 흔한 일이고 불행까지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2차로 몰려오는 불안에 못견뎌 의존하는 모양은 영락없이 불행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한걸음 더 나가면 불쌍하고 벼랑에 선 사람처럼 우울한 상태가 되니 보는 내 마음도 아프다.
돌팔이가 되어 이 한판 굿거리를 만드는 이야기꾼들은 자기들이 지금 사람이라는 고귀한 영혼을 얼마나 형편없이 망가뜨리는지 알기는 할까?
“있잖아, 온갖 병원을 다 다녀도 무슨 병인지 모르는거야, 그래서 마지막으로 용하다는 혼불(영혼을 불러 이야기를 한다는) 점쟁이를 찾아갔지, 그 사람이 할아버지인가로 나타나 말하는데 묘지에 구멍이 생겼다는 거야, 그래서 갔더니 진짜 구멍이 나있는거야. 이렇게 저렇게 막으라는데로 막았더니 죽을 것 같이 아팠던 허리가 싹 나아버리는거지 뭐야!”
“그래, 미신이라고 뭐라하지만 어떤 때는 안듣다가 죽기도 한다잖아! 아주 안 믿을 거 아니더라고”
옆에 사람이 죽을 맞춘다. 다들 목을 빼고 침을 꿀떡 삼키며 귀를 기울이고...
또 한사람은 몸에 좋다는 온갖 민간처방을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에게 교육을 한다. 세상에 못 고칠 병 하나도 없다 싶을 만큼, 더 놀라운건 한 두가지 자연식품을 가지고도 만병통치약으로 만든다. 안 듣는 질병이 없는 명약이 되어버린다. 가히 전도사 수준이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용하다는 점쟁이 위치를 묻고, 오랜 병원 치료로 죽지 않고 사는 사람도 또 무언가를 금방이라도 살 것 같이 두 번 세 번 물어서 외운다.
예전 암환자들만 모인 암센터에 몇 달을 지낼 때다. 3기나 말기쯤 되면 암에 좋다는 온갖 소문난 식품 약, 병원 심지어는 잘본다는 의사가 있는 병원까지 순회를 해주지 않으면 가족들을 상대로도 악다구니를 하는걸 종종 보았다. ‘왜 안그럴까...남도 아니고 자기 목숨이 몇날 후면 죽는다는데,’
하지만 암에 전문인 의사들은 거듭 거듭 부탁을 하고 강의를 통해서 말한다. 제발 확인 안된 자연식품, 민간요법을 함부로 쓰지말라고,,, 암환자의 사망 원인중 암이 퍼져서 죽는 결과는 절반도 안되고, 오히려 절반이 넘는 사망원인이 너무 안먹거나 너무 먹어서란다. 기막히게도...
하지만 끝도 없는 병실의 지푸라기잡기 간증과 전도를 들으면서 참 마음이 답답하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보다 더 첫 번째가 마음이 편하나 불편하나 일수도 있는데 그건 뒷전이다. 살아도 괴로우면서 산다면 그것이 곧 지옥이고, 오늘 지금 숨이 넘어간다고 해도 마음이 편하고 아무 원망 없이 평안하게 가족들을 보면서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기에 숨진 후에 새로운 아무 고통이 영원히 없는 천국으로 들어간다고 진심으로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더 사는데 무슨 미련이 있고 두려워할까,
내 소원은 그렇게 마지막 임종을 맞이하고 싶다. 그럴수만 있다면 정말 백번도 엎드려 절하고 싶다. 고맙다고...
어느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정말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네”
내 마음이다.
하나님 만나면 죽음의 고통도 삶의 불안도 다른 지푸라기에 안매달려도 많이 덜어지는데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이것저것 끄적 > 날마다 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적은 무한 반복되는 일상... (0) | 2013.02.11 |
---|---|
체면과 배려의 밀땅... (0) | 2013.02.08 |
나는 꿈을 꾼다. (0) | 2013.02.01 |
<잠 못 드는 밤>은 악몽일까? 선물일까? (0) | 2013.01.07 |
복을 가져오는 사람, 지도자 (0) | 2013.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