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가을비 상념

희망으로 2012. 10. 22. 17:08

비가 제법 온다

오려면 질기게 한참 와야지


눈치보느라 꽁꽁 싸매고

체면때문에 빗장걸은 머스마 

맘문이 대책없이 덜컹 열리도록


속살 푹 젖도록 와야지

어설피 오면 애먼 사람한테 

심술만 부리는기라 


딴전피며 창밖 몰래보고

공연히 커피향 핑계로 두 잔 세 잔


비오는 날은 처마 밑이 재미있지

함석 지붕에 두두둑! 소리도 좋고

가난이 뭔 대수야?

아이때는 비와도 행복했는데...


가을비는 마이 추워

옷 여며도 추위보다 불안이 먼저 달려와

겨울이 무서운거야?

나이가 무서운거야?


은행나무 잎이 비오는 날 제일 밉다던

거리 청소하시던 분 푸념

괜히 미안해진다

노란잎들이 우수수 휘날리면

세상 고민 몽땅 없어져서 좋아한 죄로,


누렇게 변한 옛날 시집 책갈피 어딘가

늙어지다가 바스라지고 있을

은행잎 한 장이 박제되고 있을기다.

불쌍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