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익는 시절>
파란도화지에 핀 이쁜 감꽃
아침이슬에 씻긴 감꽃을 실로 꿰어
목에 걸고 다녔지요.
배고프면 하나 뚝,
목마르면 하나 뚝,
뒷쪽 꼬랑지에 숨은 꿀만 빼먹고
입맛 다셨지요.
바쁘다 징그럽다
품에서 밀어내던 엄마 냄새도 같고
심심하다 보채면 입에 쏙 넣어주던
할머니 사탕맛도 같고
학교다녀와 털썩 마루에 앉으면
뒷 광 항아리에서 뒤꽁지 푹 찔러보고 꺼내온
소금물에 삭힌 감도 먹었지요
해는 짧아지고
그림자는 자꾸 일찍 길어지고
숨바꼭질시간 줄어드는 겨울이 오면
꼭대기엔 달랑 감이 두 개, 세 개, 남았지요
다주고 잎파리도 안남은 감나무가 불쌍해
슬그머니 아랫목에 눌러앉아 숨다보면
덜컥 한 살 더 먹고
언니 형 따라 시내중학교 가는날이 성큼 오지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양 손에 그때 나이만한 애들 데리고 돌아오면
여전히 그늘 만들어 아래에 땀 쉬라고 팔랑거리는
고마운 친구
* 위 사진과 수채화는 '남궁문' 화백님이 그리신 그림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평생 한 번도 못가보는 산티아고 순례를 4번이나 다녀오시고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순례기를 4권의 책으로 내신 화가십니다.
오늘 그의 그림을 보다가 문득 어린시절 경주 고향의 시절이 생가나서
한 편의 추억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아래는 그림을 좋아하던 아내가 박선교사님의 설명을 듣고 기념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그 아래는 느닷없이 아내를 가끔 울리시는 야속한 최간사님입니다.
돌아오면서 차안에서 아내는 기도원에서 밤도 낮도 불렀던 찬양곡의
저자를 만난게 아직도 감동이고 감사한다고 고백하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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